민영진(57) 전 KT&G 사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13일 KT&G의 주요 협력사들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명박(MB) 정부 때인 2010년 대표이사에 올라 ‘MB맨’으로 분류되는 그는 지난달 말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석우)는 이날 오전 9시30분 수사관 25명을 투입, 담뱃갑 제조업체인 S사와 팁페이퍼(필터와 담뱃잎을 결합하는 종이) 제조업체인 U사와 J사 등 KT&G의 납품업체 3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이 회사들과 하도급 등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4개 업체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들 업체에서 KT&G와의 거래내역이 담긴 서류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장기간의 내사 과정에서 KT&G와 납품사들 간의 의심스런 자금 흐름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들이 납품단가나 수량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 뒷돈을 주고 받은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KT&G는 2011년 소망화장품, 바이오벤처기업인 머젠스(현 KT&G 생명과학) 등을 잇따라 인수, 운영하는 과정에서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특히 이 과정에 KT&G 전ㆍ현직 임원들과 민 전 사장이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옛 전매청 출신으로 2010년 사장에 오른 그는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1월 KT&G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해 연임이 결정돼 6년째 자리를 지켜 오다 지난달 29일 사의를 표했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이 취임 또는 연임되는 과정에서 정ㆍ관계 인사들에게 인사청탁 명목의 자금이 흘러 들어갔는지도 조사 중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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