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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시 파켓] 맘대로 못 쉬는 한국인들에게

입력
2015.08.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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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함께 속초로 휴가를 떠났다. 작은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펜션으로 떠난 짧은 여행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도, 아픈 가족을 돌봐온 아내에게도,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숙제와 과외공부에 파묻힌 내 아이들에게도 정말이지 휴식은 간절했다.

치열한 근로 문화를 가진 한국에서 휴가는 유럽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무언가가 있다. 어느 곳에서나 휴가는 곧 치유를 의미한다. 그러나 유럽에서의 휴가를 마사지사를 방문하는 것으로 비유한다면, 한국에서의 휴가는 응급실로 떠나는 여행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치유는 절실하고 또 절박하다. .

나는 수년 동안 한국이 근로문화의 강도를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지켜봤다. 노동자와 학생 모두를 위해 주 6일제를 주 5일제로 변경한 것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휴가 선택의 폭도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직업 윤리를 바꾸는 것은 어려웠다. 한국에서 2주간의 여름 휴가를 내는 것은 여전히 면목없고 무책임한 일로 인식된다. 독일이나 프랑스의 노동자들은 한 달짜리 휴가를 거리낌없이 쓰는데도 말이다.

미국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 못지 않게 일에 얽매여 있다. 오죽하면 '워케이션(Workation·휴가지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란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 못지 않게 일에 얽매여 있다. 오죽하면 '워케이션(Workation·휴가지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란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왜 그런 걸까? 삶에서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들의 가족, 친구나 개인의 행복보다 일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한국의 긴 근무 시간은 모든 여유를 빼앗고 있다. 직장에서의 초과근무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보다 긴 휴가를 보낼 수 있다면, 거의 모든 한국인들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은 고집스럽게 유지되고 있다.

나의 유럽인 친구들 대부분은 이런 특정한 측면에서, 한국인들이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한국의 근로 문화로부터 제 정신을 지켜냈다. 미국에서도 긴 근무 시간이 이슈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흔히 말하는 “청교도적 직업 윤리”가 미국 전역에 존재하지만, 아마도 내가 살았던 동북부 지역에서 더 강할 것이다. 미국인들은 불필요하게 너무 긴 시간을 일하며, 아무것도 안하고 보내는 시간을 업신여기는 경향이 있다(덧붙이자면, 미국의 많은 직업들은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저임금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내가 자라면서 배운 태도는 한국의 근무 윤리에 들어 맞았다. 빠른 페이스와 24시간 주7일 일하는 문화에 적응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 쉬운 일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하는 일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지난 몇 해 동안 나는 더 나은 휴가를 위해서 노력해왔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재미와 즐거움을 “극대화” 하려고 노력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휴가에 접근하는 가장 나쁜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신에 나는 쉬는 법을 배우려고 노력했고, 시간을 조정하기 보다는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뒀다. 사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그렇게 한다 - 그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바다에서 첨벙거리면서 온종일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40대인 나는 다시 배우려고 애써야 한다.

물론, 이 칼럼을 휴가 중에 쓰고 있다는 사실은 아마도 좋지 못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 외의 시간엔 휴식을 취했으며, 일에서 해방되었다!

영화 칼럼니스트 겸 배우

휴가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다. 게티이미지뱅크.
휴가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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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 to Take a Vacation

This week my family and I went on vacation to Sokcho. It was a brief trip, to a pension overlooking a small beach on the ocean, but for me it was sorely needed. My wife, who has been caring for a sick family member, also really needed a vacation. And sure enough my kids, who are asked to do much more homework and extracurricular studying than is really necessary for any elementary school student, needed a break too.

Vacation in Korea, with its intense work culture, means something different from vacation in Europe. In both places, vacation is a form of healing. But if European vacations are like a metaphorical visit to a massage therapist, in Korea vacations are more like a trip to the emergency room. The healing is desperately needed, and it needs to be administered quickly.

Over the years I’ve witnessed Korea try to dial back the intensity of its work culture. Moving from a 6-day to a 5-day workweek for both workers and students has been a success. The range of vacation options in Korea has expanded in recent years. But in other ways it’s been difficult to change the work ethic. It’s still viewed as almost scandalously irresponsible for someone in Korea to take a two-week vacation in the summer, let alone the month-long vacation that many workers take in Germany and France.

Why is that? When asked what is most important in their lives, few Koreans would name their job over their family, friends or personal happiness. But Korea’s long work hours take time away from all those things, and the extra hours spent at work don’t typically result in greater productivity. If Koreans took longer vacations, it would make almost everyone’s lives better. But the current system remains stubbornly in place.

My European friends generally just think that, in this particular respect, Koreans are crazy. But as for me, I’ve had a harder time defending my psyche from the Korean work culture. That’s because America has its own issue with long working hours. The often-mentioned “Puritan work ethic” exists throughout the US, but is perhaps strongest in the Northeast where I come from. Americans too work unnecessarily long hours, and tend to look down on time spent doing nothing. (Add this to the fact that many jobs in the US have such low pay that people have no choice but to work long hours)

In other words, the attitudes that I grew up with tend to complement the Korean work ethic. It’s become a little too easy for me to step into this fast-paced, 24/7 work culture, and not find the time to slow down. Even more so because, on one level, I enjoy the work I do.

At any rate, over the past couple years, I’ve been trying to get better at taking vacation. I don’t mean that I try to “maximize” enjoyment and fun over a given space of time. On the contrary, that strikes me as maybe the worst way to approach vacation. Instead, I’ve been trying to learn how to relax, and to let time simply pass by without me being aware of it, or trying to control it. My kids do this instinctively ? they can spend the whole day splashing on the beach without a thought for anything else. But it’s something that, in my 40s, I need to try to re-learn.

Of course, the fact that I’m writing this column while on vacation is probably a dubious sign. But at least the rest of the trip has been relaxing, and work-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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