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인천시. 고등학생 2학년이던 두 소년은 곡 작업을 하며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한 소년 집에 홈레코딩 장비가 갖춰져 하루 종일 방구석에서 녹음하는 게 이들의 낙이었다. 친구 집에 놀러 가 새벽까지 녹음을 했던 소년은 “마치 브라운아이드소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추억을 꺼냈다. 이들은 자라 ‘진짜 음악인’이 됐다. 주인공은 어반자카파 멤버인 박용인과 애프터나잇 프로젝트로 활동하는 이용호(26)다.
집에 레코딩 장비를 갖췄던 박용인이 2009년 어반자카파로 데뷔해 먼저 빛을 본 뒤, 이용호는 1인 프로젝트로 지난해 첫 싱글 앨범을 냈다. 두 사람은 고등학생 때 같은 실용음악학원에서 처음 만나 친분을 쌓아 온 사이다. 어반자카파 멤버 조현아도 같은 학원에서 만난 친구다. “세 친구와 추억이 많아요.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 노래 경연인 ‘뽐내기’에 나가 현아가 1등을 하고, 제가 2등을 했었죠.”
애프터나잇 프로젝트는 친구인 박용인과 함께 최근 ‘매일밤’이란 음원을 발표했다. 남자의 그리움을 주제로 가사를 쓰고, 이를 두 사람이 1·2절을 나눠 불렀다. 애프터나잇 프로젝트가 덤덤한 듯 애잔하게 불렀다면, 박용인은 호소력 짙게 불러 같은 노랫말이 서로 다르게 들린다. “같은 얘기를 노래하지만 서로 다른 사람이 노래를 불러 남자의 그리움에 대한 입체감을 주고 싶었어요. 사람마다 매일 밤 그리워하는 대상이 다르다는 데서 출발해 다른 감정을 곡에 녹였죠.”
음악 활동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학교 선생님인 아버지를 설득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부모님을 설득해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다음에도 그룹 빅뱅 등의 공연 코러스 등을 하며 ‘때’를 기다렸다.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그는 보컬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이 때 데뷔에 도움을 준 이가 친구인 박용인이다. 애프터나잇 프로젝트는 “(박)용인이가 직접 곡을 쓰고 노래할 수 있는 음반회사를 소개시켜줬다”고 고마워했다.
‘혼자 걷는 걸음’부터 ‘하루’까지. 애프터나잇 프로젝트의 음악은 잔잔한 멜로디에 덤덤한 그의 목소리가 얹혀져 쓸쓸한 게 특징이다. 그는 활동 명처럼 조용하고 쓸쓸한 새벽에 어울리는 곡을 주로 쓴다.
“제가 음악인으로 어떤 색을 낼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새벽의 서정을 떠올렸어요. 지금까지 발표했던 곡들 모두 새벽 3~4시 때 작업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애프터나잇 프로젝트로 활동명도 정했죠.”
에프터나잇 프로젝트의 음악은 1인 프로젝트인 에피톤프로젝트의 음악과 정서가 비슷하다. 이를 두고 애프터나잇 프로젝트는 “에피톤프로젝트의 음악이 추상화라면, 내 음악은 좀 더 친숙한 수채화”라는 의견을 냈다. “사랑의 감정을 가사와 멜로디로 좀 더 친숙하게 풀어 공감대를 넓히고 싶다”게 그의 바람이다. 애프터나잇 프로젝트는 자신의 곡을 “루시드폴(조윤석)선배에게 주고 싶다”는 희망도 들려줬다.
“엔리오 모리코네의 음악처럼 들으면 풍경이 그려지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정규 앨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김동률 이승환 선배처럼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성실함과 열정이 묻어나는 앨범을 만들고 싶네요.”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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