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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혁의 시대, 재원 마련의 복지 정치

입력
2015.08.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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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덕분일까. 대통령 지지율이 유의미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이로써 박근혜정부의 집권 후반기는 노동, 공공, 금융, 교육의 4대 구조 개혁에 ‘다 걸기’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오래된 폐단’을 걷어내고 두 번째 도약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히는 한편, 지난 세기의 대표적 여성정치인인 마거릿 대처 수상의 이미지가 겹쳐 보인다. ‘대안 야당’의 기나긴 실종 속에서 ‘레임덕’은 고사하고 일전불사(一戰不辭)형 개혁이 갈채 받는, ‘초유(初有)의 정국’이 바야흐로 완성 중이다.

구조개혁의 전면에 열거되진 않았지만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과제도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공무원연금을 필두로 한 승자독식형 현금 급여의 개혁, 서민층보다는 중산층 이상에 더 큰 혜택이 주어지는 비과세 감면의 축소 개혁, 전직 대통령보다 영세상인이 보험료를 더 내는 건강보험 부과체계의 합리화 개혁, 설득할 시간이 부족해도 서둘러야 할 시급한 개혁의 과제들이다. 이 모든 일들은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세대를 넘어 공정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의 일환이다.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의 기본은 부담과 복지 수준을 조화시키는 일이다. 복지를 늘리려면 사회보험료나 세금을 걷어서 충당해야 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국채발행에 기대는 그리스식 방책은 하수 중의 하수다. 현세대는 빚내서 복지 하고 후세대에 빚잔치 물려주는 불공정의 극치다. 이와 관련된 논쟁 속에서 지뢰를 밟은 정치인으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있다. 많은 언론들이 유 전 대표의 퇴진 이유를 대통령에 반대하는 ‘복지증세론’에서 찾았었지만 유사 사실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 육성으로 증세 없는 복지가 ‘궁극적으로’ 가능하다고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누차 보도된 사실이지만, 박 대통령의 복지증세론은 명백한 순서와 논리를 표방한다. 복지 효율화, 세출 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부터 서둘러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해 보겠다. 단,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경제가 살아난 이후 대타협 방식으로 증세까지 함께 고민하자. 이 두 가지를 합쳐야 대통령의 논리가 완성된다. 이렇게 보면 박 대통령과 유 전 대표는 복지 재원 마련에 관해 방향성은 같았지만 속도와 순서 면에서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정부 여당 내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복지국가의 지속가능한 방향성만큼은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정한 방식으로 복지 재원을 분담하는 이슈는 노동시장 구조개혁과도 직결된 문제다.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 먹거리를 만들고 나누기 위해 노동계와 사용자측이 함께 할 과제는 복지나 증세와도 맥이 닿는다. 일자리도 사회보험도 공무원들과 대기업 정규직 위주로 승자가 독식하는 대한민국이다. 어떻게 일해서 얼마씩 벌고 누가 부담해서 어떤 복지부터 챙겨야 할 것인가. 한꺼번에 따져야 할 문제이지 단편적인 정책 백화점으로는 풀지 못할 퍼즐이다.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국정과제 진도 체크도 서둘러야 한다. 복지 효율화는 부정수급 방지나 프로그램 중복조정 등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는 한편, 전반적인 세출 구조조정의 경우는 의원님들의 쪽지예산 때문인지 지지부진하다는 게 중론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어떻게 되어가는 걸까. 꼭 필요한 증세라도 조세 정의 없이는 시도조차 못할 텐데, 국세청을 총동원해도 해결이 난망하다는 데야 등골이 서늘한 형국이다. 복지의 세수는 부족하다면서 황금알 낳는 면세점과 카지노는 대기업에 나눠주는 구태의 반복, 단기적인 실업 대책으로 곧 망하고 말 비자발적 자영업을 양산하는 경제 라인의 숫자 중심 꼼수도 적폐 청산의 대상이다.

욕먹을 각오를 해야 진정한 지도자란다. 선거에서 유불리만 따지다가 미완의 개혁으로 남게 될까 걱정된다. 원칙의 정치를 복원하라. 역사의 신뢰를 획득할 것이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ㆍ사회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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