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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한번 못 받았지만 너무 착해요! 순둥이 개

입력
2015.08.1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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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을 맞아 털 깎이를 마친 백두. 동물자유연대 제공
더운 여름을 맞아 털 깎이를 마친 백두. 동물자유연대 제공

저는 백두(5세·수컷)입니다. 한때 KBS2 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의 마스코트였던‘상근이’로 유명한 대형 견종인 그레이트 페레니즈에요. 몸무게가 30㎏ 나가니까 한 덩치 하지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계속 짧은 목줄에 묶인 채 마당에서 비바람과 더위, 추위를 견뎌야 했습니다. 같이 지냈던 작은 혼혈견과 진돗개 두 마리 역시 밥과 물 조차도 제대로 제공 받지 못했어요. 사실 우리가 가족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새벽이나 되어야 집에 돌아오고 초·중고생 아들 2명은 우리에게 아예 관심이 없었죠.

평생을 짧은 줄에 묶인 채 더위와 추위를 견디며 방치됐던 백두. 동물자유연대 제공
평생을 짧은 줄에 묶인 채 더위와 추위를 견디며 방치됐던 백두. 동물자유연대 제공

깨진 돌 바닥 위에서 제대로 음식조차 먹지 못한 우리를 안쓰럽게 여긴 분이 동물자유연대에 제보를 했고, 동물자유연대 누나 형들과 제보자는 우리를 더 좋은 환경으로 보내자며 아버지를 설득했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품종이 있는 저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홀로 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제대로 돌보겠다던 가족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제 몸에 생긴 상처가 썩어 들어가면서 구더기까지 생긴 겁니다. 우리에게 처음 관심을 가져준 제보자는 2개월 후 저를 다시 찾아내 이를 알아냈습니다. 저는 등 아래쪽이 고름으로 뒤덮이고, 피부 괴사가 심각했으며 심장사상충까지 감염되어 있었습니다. 제 건강상태가 악화되자 결국 아버지는 저를 포기하더군요.

사람을 따르고 다른 개들과도 잘 지내는 순둥이 백두. 동물자유연대 제공
사람을 따르고 다른 개들과도 잘 지내는 순둥이 백두. 동물자유연대 제공

상처를 치료하고 새로운 공간에 온 게 어색할 법도 했는데 전 치료하는 동안에도 소리조차 내지 않았고 아프다는 눈빛만 보내서 ‘순둥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전 이제 모든 치료를 마치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순둥이라는 별명답게 다른 개들과도 잘 지냅니다.

하지만 제가 한 덩치 하는 데다가 태어날 때부터 마당에서 줄곧 살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생활하고 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이면 좋겠습니다. 마당에서 살면 많은 운동이 필요하진 않지만 산책도 하고 싶어요. 한 번도 제대로 된 집에서 사랑 받아 본적이 없는 ‘순둥이 청년’의 진짜 가족이 되어주실 분 계신가요.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털 깎이를 마치고 웃고 있는 백두. 동물자유연대 제공/2015-08-13(한국일보)
털 깎이를 마치고 웃고 있는 백두. 동물자유연대 제공/2015-08-1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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