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13일 최태원 회장의 사면으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경영 공백이 2년7개월 만이 해소됐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SK그룹은 대규모 투자와 해외사업, 굵직한 M&A 등을 한 건도 성사하지 못하면서 정체를 거듭해 왔지만 성장발판을 다시 찾게 됐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형집행 면제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까지 되면서 주요 계열사 등기 이사로 복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의 등기 이사로 있었다가 현재는 미등기 임원이다. SK C&C는 등기 이사였다가 사퇴했다.
최 회장은 건강 등이 회복되는 대로 이들 계열사에 순차적으로 등기 임원에 올라 책임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측은 "경영 공백이 해소됨에 따라 국내에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국가 경제를 살리는데 그룹의 역량이 집중될 것이고, 밖으로는 글로벌 비즈니스가 본격 가동되면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면서 "결국 최태원 회장이 중심이 돼 안팎의 성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투자 규모에서 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경영 공백 직전인 지난 2012년 한해 실제 투자 규모가 15조원에 달할 때까지 매년 투자규모를 늘려왔지만 경영 공백이 현실화된 2013년 이후에는 13조∼14조원 수준에 그쳤다.
경영 공백으로 SK하이닉스 인수와 같은 대규모 투자나 M&A를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KT렌탈, ADT캡스, 호주 유나이티드 패트롤리엄(UP) 등 여러 사업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최태원 회장의 경영 공백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우선 SK그룹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투자 확대 대상으로는 SK하이닉스가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2013년부터 2년간 영업이익 8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라인(M14)에 2021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해 생산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에만 6조원 이상을 투자할 만큼 투자 규모나 여력 면에서도 확장성이 제일 크다. 지난 2011년 최 회장이 그룹 내 일부 경영진의 반대와 우려 속에서도 SK하이닉스 인수를 강행했던 것도 이 같은 성공 가능성을 점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최 회장의 장기 부재라는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조만간 대규모 투자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일자리 창출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SK그룹은 '청년 일자리 창출 2개년 프로젝트'에 따라 2016년부터 2년간 4천명의 채용을 지원하고 2만명에 대해서는 창업교육을 한다.
최태원 회장이 평소 "인재양성으로 국가에 보국해야 한다"거나 "양질의 일자리가 기업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인재양성과 관련된 다양한 조치들이 뒤따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강력한 후원자가 생긴 것도 SK그룹의 변화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SK그룹은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벤처기업의 창업과 대박 신화 창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전센터가 출범하면서 선발했던 10개 벤처기업이 '졸업'을 앞두고 있으며 조만간 2기 벤처기업들을 선발해 육성에 들어간다.
1기 벤처기업들은 매출과 투자유치, 고용창출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 내 정부로부터 '모범사례'로 평가 받았다. 최 회장이 그동안 보여왔던 창조경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감안하면 조만간 대전센터 및 세종센터의 현장방문도 예상된다.
글로벌 비즈니스는 한층 속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부터 중단된 중국, 중동,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여러 글로벌 거점에서 사업기회를 찾아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글로벌 현장경영도 본격화된다.
자원개발 분야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기반의 자원개발 사업을 강화하겠다"면서 셰일가스와 같은 비전통 자원개발을 본격화할 뜻을 내비쳤다. 때문에 앞으로는 최 회장을 구심점으로 해서 석유개발과 같은 종전의 전통 자원개발과 비전통 자원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위기에 봉착한 석유화학 분야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원 확보를 위한 자구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서의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해외 현장경영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석유화학 분야 성장을 위해 합작한 조인트 파트너들인 시노펙, 사빅, 랩솔 등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 및 네트워킹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경영환경이 난관에 봉착할 경우 늘 정공법을 통해 돌파해 왔다"면서 "SK그룹은 물론 한국경제를 둘러싼 여러 산적한 경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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