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관의 총격에 사망한 비무장 흑인 청년의 1주기 추모로 시위가 격화한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 난데없이 백인 중무장 단체가 등장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11일 NBC 방송 등 미국 언론 보도를 보면, ‘맹세의 수호자’(Oath Keepers)라는 단체 소속 백인 4명은 밤샘 시위가 이어지던 이날 오전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로 불안정한 퍼거슨 시에서 “언론을 보호하려고 왔다”며 중화기로 무장하고 거리를 활보했다. 이들은 방탄복을 착용하고 전투에서나 쓰는 자동 소총을 찬 채로 세인트루이스 카운티의 비상사태가 선포된 퍼거슨 시에서 시위대와 섞여 길을 걸었다.
이름을 존이라고 밝힌 이 단체의 단원은 “불안이 가중되고 부상자가 나오는 이 도시에서 기자들을 보호하려고 왔다”면서 “미주리 주는 ‘오픈 캐리’(화기를 보이도록 옆에 차고 다니는 것)를 허용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단원은 지역 방송인 KSDK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자기 보호는 오랫동안 우리의 권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긍지 넘치는 이들과 달리 시위대와 경찰은 입을 모아 이 단체에 비난을 퍼부었다.존 벨머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서장은 “그들이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고 선동적인 행위”라며 검찰과 함께 이들이 법을 어기지 않았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퍼거슨 지역의 민주당 여성 정치인인 패트리샤 바인스도 “이들의 존재가 흑백 간의 불평등이라는 퍼거슨 사태의 핵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인 남부빈민법센터(SPLC)는 전직 군인과 경찰 등 3만명을 회원으로 둔 ‘맹세의 수호자’를 지독한 반정부단체이자 군국주의단체로 규정했다.
NBC 방송에 따르면, ‘맹세의 수호자’는 전직 미국 육군 낙하산부대원이자 명문 예일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스튜어트 로즈가 2004년 설립한 조직으로 모든 국내외 적에 대항해 미국 헌법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로즈는 올해 초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히틀러리’라고 지칭하고 나라를 파멸의 길로 이끌었다며 ‘전쟁 영웅’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을 반역죄로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테네시 주 해군 시설 두 곳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을 두고 군인의 영내 무장을 허용하지 않은 국방부를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자유 시민으로서 언제든 무장하고 갑작스러운 전투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강령을 뒀다.
‘맹세의 수호자’ 소속 단원은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살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으로 용광로처럼 달궈진 지난해 11월에도 퍼거슨 시에 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운의 1주기 하루 뒤인 10일 내려진 비상사태로 시위 양상은 다소 진정됐으나, 경찰은 이날 밤에도 23명을 폭력 시위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전날 연방 법원 청사 진입로 차단, 고속도로 점거 등으로 체포된 124명을 합하면 체포된 인원은 150명에 육박한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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