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척돔.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돔 야구장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와 고척돔 야구장 시공사 현대산업개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99.5%에 이르러 사실상 신축 구장으로의 면모를 모두 갖췄다. 내년부터 이곳에서 국내 프로야구를 벌이게 된다면 한국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첫 돔 구장 경기를 치르는 역사적인 순간이 다가왔다. 매 시즌 우천 취소 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로야구에서 고척돔은 유용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 구장의 주인이 8년 목동 시대를 마감하고 이전할 넥센 히어로즈로 결정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진척된 내용이 없다. 경쟁을 해서라도 국내 최초의 돔구장 주인이 되고 싶어야 할 판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비용 문제다. 고척돔은 당초 2008년 철거된 동대문야구장의 대체 구장으로 건립이 추진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연간 80억 원에 가까운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계산이 서자 기존 하프돔을 풀돔으로 전면 수정해 넥센에 떠넘겼다. 넥센으로선 목동구장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두 번째는 운영권이다. 넥센이 사용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돔구장 운영권을 가져야 하는데 넥센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는 체육진흥공단에 한시적으로 위탁 운영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단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말이 좋아 한시적이지 언제 넥센에 운영권을 물려준다는 약속도 없다. 당초 서울시가 돔구장 건설을 추진할 때는 넥센에 운영권 보장을 약속했다가 슬며시 말을 바꾼 것이다. 최근까지도 서울시는 넥센과 협의조차 하지 않고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일관했다. 이런 형식이라면 넥센은 목동구장처럼 홈 경기가 있는 날에만 일일대관 형식으로 고척돔을 사용해야 한다. 나머지 경기가 없는 날은 서울시가 수익 사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넥센이 이런 핸디캡을 딛고서라도 고척돔으로 옮길 확실한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달 말 서울시의회는 서울특별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내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서울 연고 프로팀에게 광고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넥센에 대단한 특혜라도 주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고척돔 유인책'에 불과하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광고권은 홈팀의 당연한 권리임에도 지금까지 서울시는 광고 수익을 독식해 왔다. 게다가 이 역시 '한시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돔구장으로 옮기면 광고 수익 증대를 예상하지만 구단의 홍보, 마케팅 투자 비용도 그만큼 늘어난다. 목동구장에서도 매년 40억 원의 적자를 안고 있는 넥센이 서울시의 이런 일방적인 주도 속에 과연 돔구장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척돔은 야구팬들에게도 최악의 환경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고척돔은 경인로와 서부간선도로 등이 연결되는 악명 높은 상습 교통정체구간이다. 주차장도 충분치 않다. 500대 정도의 차량만이 고척돔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도보로도 현재 동쪽 출구만 있는 구일역에서 고척돔까지 가려면 성인 걸음으로도 10분이 넘게 걸린다. 아울러 김포공항에서 고척동 하늘을 나는 비행기 소음도 심각하게 진단해봐야 한다.
넥센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11일 "내년부터 당장 운영권을 못 주겠다면 2년 뒤 보장이라도 해 줘야 하는데 현실을 그렇지 않다"면서 "더욱이 교통상황이 안 좋아 관중이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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