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ㆍ휴일 진료 시민 호응 불구
의사단체 압력에 3곳 운영 중단
"정부는 숫자만 늘리려 해 답답"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이 지난달부터 중단되면서 ‘병원을 홍보만 해놓고 운영은 왜 안 하냐’는 민원이 쏟아지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답답할 뿐입니다.”
늦은 밤이나 휴일에도 소아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하 달빛병원) 운영을 두고 병원 홍보를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의사 단체들의 집단반발로 의사 구인난이 지속되면서 운영이 중단되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특별한 해법 없이 병원 숫자를 늘리려고 해 지자체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11일 인천시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인천에서 유일하게 달빛병원으로 지정 받은 한림병원은 운영 4개월만인 지난달 초 운영을 중단하고 현재까지 재운영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의사가 없어서이다.
병원 관계자는 “기존 의사가 조건이 맞지 않다며 그만둬 재모집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다”며 “주말 근무 등 조건도 조건이지만 지원자들이 (의사단체들의 압력에) 압박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 개원의사회 등 의사단체들이 반발하는 것은 환자들이 달빛병원, 야간 시간대로만 몰려 1, 2인이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의사들이 실력 행사 차원에서 지정 병원과 의사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달빛병원 관계자는 “소아과 전문의 구직사이트 등에서 ‘달빛병원에 지원하는 의사는 ‘배신자’이며 단체에서 탈퇴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달빛병원은 평일에는 오후 밤 11~12시, 휴일에는 최소 오후 6시까지 진료해야 한다. 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3명 이상 확보해 거의 1년 내내 문을 열어야 해 근무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소규모 병·의원도 달빛병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3개 이내 병·의원이 연합 형태로 참여가 가능하도록 허용했을 뿐 뚜렷한 대책 없이 올해 말까지 달빛병원을 30곳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달빛병원은 15곳이 지정됐으나 한림병원, 충남 유니연합의원, 부산 일신기독병원 등 3곳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부가 의사단체를 설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병원 숫자만 늘리려 해 답답하다”며 “참여 병원 모집은 하겠지만 지원하는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달빛병원 인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의사 개개인의 적성, 주변 압력 등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연합 형태의 달빛병원을 허용하는 등 (의사단체 등 의견을) 수용할 부분은 수용하되 초점은 이용자인 국민들에게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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