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새 성장률 두번이나 하향 조정, 건설프로젝트·산업다각화 주춤
저유가 충격 경제 전반으로 확산… 정부는 재정수입 보충 위해 안간힘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10년간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막대한 오일머니를 통해 산업다각화 노력을 해 왔다. 그 결과 UAE는 다른 중동 산유국에 비해 성공적인 탈(脫)석유정책이 인정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석유수출로 벌어들이는 오일머니는 UAE 재정수입의 80%이상을 차지하며 GDP의 33%는 석유ㆍ가스 관련 산업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최근 유가가 급락하면서 UAE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올해 8월 현재 50달러선까지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AE정부는 석유수출기구(OPEC)의 원유생산량 유지 결정을 지지해왔으며 올해 정부예산을 전년대비 6.5%증가한 13억5,000만달러로 책정, 사회복지와 인프라개발 등에 투자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저유가와 UAE 경제이슈
UAE 정부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저유가의 충격은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줄어드는 정부 재정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공공요금이나 정부서비스 수수료가 인상되고,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며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또 수출이 줄어 들고 계획된 사회개발 프로젝트가 취소ㆍ지연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경기 침체는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유가하락으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은 UAE의 올해 경제성장율을 지난 1월 전년대비 1%포인트 낮은 3.5%로 하향 조정한데 이어 4월에 또다시 0.35% 포인트 낮은 3.15%로 정정하면서 6개월 사이 두 번이나 하향 조정했다
UAE의 대외수출과 무역수지 흑자폭도 감소하고 있다. 이는 UAE 전체수출의 3분의1 가량이 원유임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결과다. 유가하락에 따라 걸프만 연안 6개 산유국인 GCC(Gulf Cooperation Council)의 올해 석유수출 손실액은 3,000억달러 이를 것이라고 IMF는 전망했다.
하지만 수입은 수출과는 달리 올해 전년대비 3%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저유가가 민간소비에는 아직까지 본격적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견해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 UAE 수출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대비 8%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저유가는 해외 건설사들의 UAE 프로젝트 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UAE 정부는 2009년 이후 고유가로 벌인 막대한 오일머니를 건설·플랜트 시장에 투입하였지만 작년부터 지속된 저유가 탓에 1,000억달러 규모의 건설프로젝트 시장이 지금은 주춤한 상태다. OPEC이 지난 11월부터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이후 유가가 급락했는데, 저유가로 인해 정부가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이미 발주한 프로젝트가 취소돼 수주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중동의 해외건설 전문지 Meed의 지난달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UAE 건설시장 프로젝트 수주계약금은 110억불로 1년전 같은 기간(210억불)에 비해 50%정도 감소했으며 특히 에너지(오일ㆍ가스)건설 분야의 경우 100억달러에서 26억달러로 급격히 감소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유가로 UAE 건설프로젝트가 줄어들자 국가간 프로젝트 수주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이탈리아, 스페인, 네델란드 등 유럽국가도 유로화 약세에 힘입어 저가수주 공세를 펼치고 있다. 게다가 과거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섰던 우리 건설사들은 저유가로 인한 공사지연 등으로 영업이익에 타격을 받고 있어 하반기에도 우리기업의 수주환경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기업의 올 들어 7월까지의 대 UAE 프로젝트 수주계약은 3건, 3억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9건, 16억8,000달러) 대비 크게 줄었다.
유가하락은 UAE 국부펀드의 해외투자도 주춤하게 만들고 있다. UAE는 막대한 오일달러로 세계 최대규모의 국부펀드(아부다비 투자청)를 운영하고 있다. 그간 고유가를 기반으로 유럽 등 선진국의 안정자산 투자에서 벗어나 신흥국의 사회 개발사업에 적극적인 투자기회를 모색하고 있었으나 최근 저유가로 재정적자 보충을 위해 국부펀드를 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안정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투자성향도 다시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UAE가 석유의존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성장동력 구축을 위해 추진하는 산업다각화의 재원도 국부펀드의 해외투자 자금과 같이 석유수출을 통한 오일머니에 의존하는 구조다. 오일머니가 풍부할수록 산업다각화 진전도 빠르게 진행되고 그 영역도 일부 제조업(알루미늄, 철강, 시멘트)에서 정보통신(IT), 의료, 원전,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진전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저유가 기조는 한ㆍUAE간 산업협력을 통한 투자진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저유가는 그간 재정부담을 야기해온 공기업을 민영화 하는 등 UAE 경제가 민간부분 주도 경제로 전환되는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민영화를 통해 경쟁력을 유도하고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되던 우편, 통신, 에너지 생산, 보건 분야 등에 민간투자가 적극적으로 유인될 전망이다.
유가하락으로 징세 도입도
유가하락으로 인한 파장은 국민의 일상생활이니 기업경영에도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유가로 인한 재정수익 감소위험을 분산하고자 연방법인세와 부가가치세(VAT) 등 현대적인 조세제도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그간 세금이 없는 조세환경을 강점으로 외국인투자를 유치해온 UAE의 특성상 징세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지난 7월 UAE정부가 연방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도입을 위한 법률초안이 내각의 승인을 얻었다고 발표하면서 단기간 내 시행에 대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아울러 재정보충을 위한 정부 서비스 수수료 등 준조세도 확충되고 있다. 사업자등록 발급·갱신 수수료, 거주비자 신청·갱신 수수료, 도로 통행요금인 살릭(Salik)과 같이 세금과 유사한 성격의 수수료인 준조세의 인상이 가속화 되고 있는 것. 두바이 정부는 2015년 초, 재정수입 중 정부서비스수수료 비중을 확대할 것을 발표, 지난해 67%수준이던 준조세의 비중을 올해 74%까지 확대하기로 하였다. 이후 각종 공공요금, 수수료, 벌금 인상이 단행되었으며 아부다비 정부 또한 올해 초, 전기와 수도세 개혁을 시작 하는 등 유가하락으로 감소한 재정수입 확충을 위한 준조세 인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유가보조금 폐지ㆍ휘발유 인상도
마지막으로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것이 유가보조금 폐지에 따른 자동차 휘발유 가격인상이다. 지난달 22일 UAE 에너지부(Ministry of Energy)는 공식 성명을 통해 유가보조금 정책을 폐지하고 국제수준에 맞는 연료비를 책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1일 시행된 신규정책 도입으로 2011년 이후 가격변동이 없던 가솔린의 주유소판매 가격은 리터당 약 0.47달러에서 24% 상승했다. 국제평균가격이 1.1달러임을 감안하면 당초 예상보다 적은 상승폭이었으나 매월 28일 국제평균가에 맞춰 조정될 예정으로 현재 유가가 최저수준임을 반영한다면 추가상승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IMF에 따르면 천연가스, 전기를 포함하는 UAE 정부의 에너지보조금은 연간 290억달러로 GDP의 6.6%에 달하며, 이중 유가보조금은 70억달러 규모다. 유가보조금 삭감을 통해 에너지 절감과 다음 세대를 위한 자원축적을 기대한다는 에너지부 장관의 인터뷰 이면에서 정부수입원의 다각화와 경제력 강화를 위한 정책 도입 필요성을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하락하여 경제성장율이 하락하는 등 UAE의 거시 경제지표가 악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막대한 오일머니를 축적한 재정여력과 그간의 탈석유를 위한 산업다각화 노력 등을 고려할 때 상당기간 감내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UAE경제가 위축되면서 UAE에 대한 수출과 해외건설 수주도 둔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수출의 경우 유가 등 대외 수출환경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는 제품의 자체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소중견기업이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기업 M&A 할 수 있도록 해외직접투자 지원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가 있다. 아울러 비록 저유가로 산업다각화 진전의 속도는 늦춰졌으나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과 중동의 자본이 결합해 인근 중동아프리카 지역(MENA: Middle East and North Africa)까지 겨냥한 현지 생산거점형 제조업투자 진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볼만하다
프로젝트 시장의 경우 발주처 재원을 기반으로 한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신규 발주가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리기업도 자체 금융을 통한 투자 개발형 사업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아울러 UAE내 선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영국 등 유럽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링을 통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광일 코트라 두바이 무역관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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