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허용 기준 조정에 그칠 듯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을 마련 중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농축수산물을 부정물품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농축수산물업계는 농축수산물을 법 적용 품목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일 경우 형평성에 위배돼 법의 근간을 허물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0일 권익위 등에 따르면 내년 9월 시행 예정인 김영란법의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범위를 규정하는 시행령(대통령령)이 오는 9월 중으로 입법예고될 예정이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원활한 직무 수행과 통상적 사교ㆍ의례ㆍ부조 목적의 음식물ㆍ선물 등의 가액 범위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권익위는 현재 업계 토론회와 대국민 설문조사 등 막판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조만간 최종 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권익위는 특히 선물용 농축수산물을 수수 금지 품목에서 제외해달라는 업계의 반발에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축수산물 업계는 지난달 권익위에 “농축수산물을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으로 지정하거나 금품수수 예외적용 기준금액을 산정할 때 한도를 없애달라”고 건의하는 등 강하게 반발을 해 왔다. 명절 선물 등으로 판매가 주로 되는 상품 특성상 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업계는 고사된다는 주장이다.
권익위는 하지만 농축수산물 자체를 대상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품 수수 문화를 원천적으로 바꾸겠다는 법의 취지상 특정 상품을 예외규정으로 두는 것이 맞지 않을뿐더러, 농축수산물만 제외할 경우 사회적 기업 등 다른 업계와 형평성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관련 업계 측과 대화를 하는 등 의견은 최대한 수렴하겠지만 농축수산물을 제외할 수는 없다는 것이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농축수산물의 경우 부정물품의 허용 가격 기준에 차등을 두는 등의 보완책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법제원은 지난 5월 시행령 제정을 위한 제1차 공개토론회에서 화훼류 5만원 이상, 음식물 및 선물 5만원 이상, 과일ㆍ한우세트 등은 10만원 이상을 금품수수 대상 기준으로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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