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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부터 흔들리는 유통공룡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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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부터 흔들리는 유통공룡 롯데

입력
2015.08.1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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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왕국' 롯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국내 유통업을 주도하던 롯데는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이 나빠진 상태에서 불합리한 경영구조가 드러났다.

시민단체에서는 롯데 불매운동을 결정했고 정부는 감사원·공정위·검찰까지 동원해 그룹 전 방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시작했다. 업계 1위를 구가하던 롯데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사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백화점, 불매운동 펼쳐지면 매출 하락 뻔해

백화점 업계에서 롯데는 절대 갑이었다. 2~3위권인 신세계·현대는 롯데의 아성에 접근하기도 어려워했다.

롯데는 백화점의 수와 매출에서 절대 1위 자리를 지켰다.

2014년 기준 롯데백화점은 매출 14조2,000억원을 기록했고 현대백화점 6조9,800억원, 신세계 6조3,000억원을 올렸다. 현대-신세계의 매출을 합해도 롯데 매출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 '롯데 형제의 난'으로 불거진 롯데의 '일본기업' 이미지와 시민단체의 불매운동으로 지각 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가장 큰 이미지 타격은 오너 일가에서 나왔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녹취록이 공중파를 타면서 반 롯데 전선이 형성됐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100% 일본어로 밀담을 나누었다. 한국 기업으로 알고 있던 소비자들에게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 시킨 것이다.

백화점 업은 이미지 사업이다. 장기적인 이미지 관리가 중요하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이 성장 후 다시 찾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롯데는 이번 사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직 매출에 치명적인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았으나 향후 움직임을 예측할 수는 없다. 롯데와 경쟁구도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등은 표정 관리에 신중하면서도 이번 기회를 역전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백화점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끝난다면 대세에 영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이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라 백화점 업에서 롯데의 벽은 상당부분 낮아질 것이다"며 "특히 경쟁 상권에서 타격이 클 것이다. 백화점에는 어차피 같은 물건이 다 있고 상권까지 겹친다면 소비자들이 롯데에 갈 이유가 없다"고 예측했다.

또 대형마트에서 2014년 기준 롯데(매출 8조8,365억원)는 이마트(10조7,801억원)·홈플러스(8조9,298억원)에 이은 3위다. 롯데는 마트 사업에서도 1등을 노렸지만 이번 사태로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면세점, 롯데 둘 중 하나는 빼앗긴다

롯데면세점은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호텔의 매출 95%를 차지하는 알짜 사업이다. 특히 이번 12월에 허가가 끝나는 소공점(2014년 기준 매출 1조9,763억원)·월드타워점(잠실점·4,820억원)은 서울시내 6개 면세점 매출(4조3,502억원) 의 56.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사태로 면세점에서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당장 9월 예정돼 있는 면세점 허가 신청(10월 중 발표예정)에서 재허가를 자신할 수 없게 됐다.

롯데는 국민적 불매운동과 정부의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또 다음달 국정감사에 오너 일가 출두가 불가피하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롯데 오너들을 벼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면세점 재허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롯데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정서와 정치권의 압박이 관세청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롯데가 면세점 재허가에 실패하면 엄청난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최근 운영권을 따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차료로 5년간 3조6,000억원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2014년 롯데면세점 매출액 3조9,494억원에 근접하는 금액이다. 소공동, 월드타워점 두 개의 면세점은 2014년 2조4,58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의 재허가가 회의적인 것은 롯데의 라이벌들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사업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에 군침을 흘렸지만 지난달 10일 이뤄진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초상집 분위기였던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이번 기회가 호재다. 이들에게 면세점 사업은 확실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신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소공동에서 롯데와 일전을 벌이고 현대는 잠실권(삼성동)에서 승부를 벼르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7월 승부에서 롯데의 방해로 패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이번 승부가 복수전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형제의 난으로 롯데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은 면세점이다. 롯데는 최악의 경우 두 곳 모두, 최소한 한 곳에서는 사업권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롯데의 경쟁자들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한국사회를 지탱해온 '범상성가'와 '범현대가'에 속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증권시장도 이러한 유통업계의 변화에 반응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10일 롯데쇼핑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다. 목표주가도 기존 32만원에서 23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반해 KB투자증권은 2분기 호실적에 힘입어 현대백화점의 목표주가를 17만원에서 19만원으로 올렸다. 현대증권도 신세계의 목표주가를 기존 24만5,000원에서 26만원으로 상향했다. 비록 신세계가 2분기 실적 부진을 겪었고 하반기에도 특별한 이익 동력이 없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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