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군 해인사에 보관된 고려대장경이 재조사 결과 기존에 알려진 8만1,258판보다 94판 많은 8만1,352판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한 ‘팔만대장경 디지털화’ 사업을 통해 고려대장경의 전체 판 수가 1915년 오다 간지로(小田幹治郞)가 조사한 판 수보다 많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000년부터 10년간 고려대장경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실제 판을 일일이 조사한 후 전체 숫자를 8만1,350판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2013년 해인사 관음암에서 입수한 후 보물 1806호로 지정한 내전수함음소(內典隨函音疏) 경판 2개를 추가해 8만1,352판이 된 것이다.
현재 문화재청은 동아대학교 산학협력단에 ‘해인사 대장경판 수량 확인 용역’을 의뢰해 대장경판의 정확한 수를 파악 중이며 연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대장경판의 숫자가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국보 32호이자 세계기록유산인 고려대장경의 판 수에 대한 기록이 바뀌게 된다. 고려대장경은 1236년(고려 고종 23년) 제작에 착수해 1251년(고종 38년) 완성됐으며, 불교의 힘으로 몽골의 침입을 막고자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재 해인사가 보관한 고려대장경에는 인쇄 상태가 불량하거나 사라진 판을 다시 조각한 판들이 포함돼 있다. 고려 말, 조선, 일제 시대에 이르기까지 최소 7회, 최대 9회에 걸쳐 다시 새겼기 때문에 판의 숫자가 늘어나 정확한 경판 수에 대해 끊임없이 논쟁이 있어왔다. 1977년 고(故) 서수생 경북대 명예교수가 “대장경판의 숫자는 8만1,332개이며, 이 중 92개가 중복이므로 실제 수는 8만1,240개”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나,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조사 결과인 8만1,352판은 중복판을 제외하고 계산한 숫자는 아니다. 고려대장경 조사를 담당하는 최영호 동아대 교수는 “현재 팔만대장경 중복판은 112판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원판과는 달리 내용상 전혀 다른 대목의 2개 면이 접합된 중복판도 있어 정확한 숫자를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고려대장경의 원판과 중복판을 동일하게 국보로 간주해 보호하고 있다.
대장경판 숫자 확인 작업이 오래 걸린 이유는 해인사 장경판전에 고려대장경 외에도 해인사와 지방관청에서 자체적으로 새긴 불경이나 고승의 문헌 목판들이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윤순호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장은 “장경판전 중 동ㆍ서사간전에 보관돼 있는 목판 전체를 다시 조사해 해당 목판이 팔만대장경에 포함되는지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 고려대장경이 아닌 목판은 28종 2,725판이 국보 206호로, 26종 110판이 보물 734호로 별도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한편 이번에 새로 집계된 8만1,352판 중에는 일제 시대에 만들어진 36판도 포함돼 있어 이를 국보로 지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태다. 일제는 1915년 고려대장경을 조사한 후 사라진 18판을 새로 조각했고, 1937년 만주국 황제 푸이(溥儀)에게 인쇄본을 봉납할 때 동일한 18판을 다시 깎아 인쇄했다. 고려대장경을 보완하기 위해 깎은 것이므로 고려대장경의 일부라는 입장과, 만들어진 시기가 근대이므로 별도 문화재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최영호 교수는 “연구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단 이 시점에서 팔만대장경을 8만1,352판이라 정해 놓고 연구를 진행해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10월 중 학술대회를 통해 일제 시대 조각된 목판의 국보 지정여부를 놓고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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