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 추정만… 제2 천안함 비화 우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사고를 놓고 군 지휘부의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사전 도발징후가 뚜렷했는데도 안이하게 대응하다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군사분계선(MDL)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를 반복해왔다. 말뚝을 뽑아내고 지뢰를 새로 매설하는 정황이 수시로 감지됐다. 이번에 지뢰가 폭발한 곳도 MDL에서 불과 440m 떨어진 곳이다. 군 당국은 청와대와 정치권, 언론을 상대로 북한의 도발위협을 누차 경고하며 확고한 대비태세를 강조해왔지만 공염불이었다.
폭발지역은 2㎞ 후방에 설치한 우리 군의 감시장비로 온전한 파악이 불가능한 곳이다.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져 시야는 더욱 좁아진다. 사실상 ‘사각지대’인 셈이다. 그나마 폭발 당시 감시장비는 엉뚱한 곳을 조준하고 있었다. 군 당국이 10일 뒤늦게 공개한 열감시장비(TOD)의 영상은 다른 곳을 촬영하다 1차 폭발 직후 황급히 방향을 돌려 포착한 2차 폭발장면이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달 22일 이후 13일 만에 수색작전이 재개되던 시점에 발생했다. 그 사이 150㎜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내렸고 지난달 25일에는 사고지역과 930m 떨어진 북한군 GP(감시초소)에서 병력을 교대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상황변화가 있었지만 해당부대 지휘관은 지뢰탐지를 비롯해 수색로에 대한 아무런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군 당국도 수색ㆍ정찰활동의 미비점을 인정했다. 합동참모본부 고위관계자는 “현장에서 지뢰나 부비트랩, 매복조 등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더 했어야 했다”면서 “현장 지휘관의 전술조치상 과오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뒤늦게 머리를 숙였다.
이번 사고를 두고 북한과의 진실공방도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이 언제, 어떻게 지뢰를 매설했는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미 합동조사단이 폭발현장에서 결정적 증거(스모킹건)인 잔해를 수거, 분석해 북한의 목함지뢰라고 결론 내렸지만 북한군이 철책으로 접근해 지뢰를 매설한 장면은 포착하지 못했다. 다만 군 당국은 북한이 7월 26일 이후 8월 1일 이전에 지뢰를 설치했을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다. 통상 10일 간격으로 수색작전이 이뤄지는 것에 비춰 북한군이 폭우가 그치고 나서 8월 2일 이전에 MDL을 넘어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군 내부에서는 제2의 천안함 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이 계속 발뺌하며 우리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다. 한 관계자는 “물증은 있지만 범인이 없는 상황이 천안함 때와 꼭 닮았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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