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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택한 북한군 포로, 60년 만의 귀향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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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택한 북한군 포로, 60년 만의 귀향 여행

입력
2015.08.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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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행 택한 김명복ㆍ강희동씨, 포로시절 떠돌던 남녘 곳곳 돌아봐

"이념 없는 편한 곳에 살고 싶었다… 지금은 고향땅 한번 밟는 게 소원"

북한군 포로였던 김명복, 강희동씨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귀국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은 역시 북한군 포로였다가 남한에 정착해 불교에 귀의한 도성 스님, 오른쪽은 ‘리턴 홈’을 제작 중인 조경덕 감독. 박준호 인턴기자(동국대 불교학과 4년)
북한군 포로였던 김명복, 강희동씨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귀국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은 역시 북한군 포로였다가 남한에 정착해 불교에 귀의한 도성 스님, 오른쪽은 ‘리턴 홈’을 제작 중인 조경덕 감독. 박준호 인턴기자(동국대 불교학과 4년)

1954년 경남 거제도에 설치된 포로수용소의 북한군 포로는 세 길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북으로 돌아가든지, 남에 남든지, 고국을 떠나 중립국을 향하든지. 이때 남도 북도 아닌 인도와 브라질 등 중립국행 배에 몸을 실은 북한군 포로 80여명 중 18살 김명복과 25살 강희동이 있었다.

반세기도 훌쩍 넘는 동안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고향산천을 그리다 백발에 이른 두 사람은 지난 7월 힘겨운 기억 찾기 여행에 나섰다. 경북 영천시와 부산시, 창원시, 거제시 등 포로 시절 떠돌았던 남쪽의 곳곳을 돌아보며 60여년 전 한반도를 피로 물들인 비극을 되새겼다. 마지막일지 모른 두 사람의 귀향 여행은 카메라에 담겼고 ‘리턴 홈’(감독 조경덕)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고 있다.

전쟁과 조국에 대해 감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김명복(79), 강희동(86)씨가 10일 서울 자하문로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품어둔 만감을 털어놓았다. 모국어는 세월에 문드러져 두 사람의 한국말은 어눌했다. 그 서투름이 마치 그들의 얄궂은 운명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김씨는 브라질에 정착한 뒤 독일계 현지 여성과 결혼해 농업을 생업으로 삼아왔고, 강씨는 브라질에서 다시 미국으로 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목사로 일하며 오랜 타향살이를 견뎌왔다. 강씨는 간담회에서 당시 중립국을 택한 북한군 포로들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참으로 평안한 땅, 자유로운 세계에 가서 새로이 생활을 개척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어요. 남과 북이라는 두 선택을 초월해서 이상적인 세상에 살고 싶었던 거지요.”

하지만 그 선택은 실향의 아픔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김씨는 “호랑이도 죽을 때면 자기 고향을 찾아간다는데 내 고향을 한번 찾아가서 보는 게 소원”이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고향에 가면 아버지를 제일 만나고 싶은데 이미 세상을 떠났을 것이고”라며 한숨 짓기도 했다.

두 사람은 61년 전 함께 브라질 상파울루에 도착하자마자 헤어졌다가 이번 귀국 여행에서 재회했다. 강씨는 “브라질에 간 포로 중에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동족과 나라에 대한 관계를 모두 끊은 포로가 있고, 경제적 곤란에 빠져 힘겹게 생을 이어간 포로도 있다”고 전했다. 당시 브라질행을 택한 북한군포로는 50명 남짓으로 추정된다.

두 사람은 모국 여행 중에 양평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80대 재향군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전쟁 당시 서로 총을 겨눴던 사이였으나 재향군인들은 김씨가 투항했던 장소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등 예상 밖으로 환대했다.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두 사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전쟁 때문에 다 어려서 고향 떠나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까. 빨리 통일이 돼서 북한 사람도 우리와 같이 열심히 해서 잘 살면 얼마나 좋아요.”(김명복씨)

조경덕 감독은 이들의 북한 방문까지 담아 영화를 완성할 생각이지만 북한 당국이 입북을 거부하고 있어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박준호 인턴기자(동국대 불교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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