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횡단하다 열사병에 시달리던 프랑스 부부가 마지막 남은 물을 아들에게 먹이고 자신들의 목숨을 희생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출신 데이비드 스타이너(42)와 아내 오르넬라 스타이너(51)는 지난 3일 미국 뉴멕시코주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에서 열사병으로 인한 탈수 현상으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현장을 수색하던 경찰은 이들 부부 곁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아홉살 난 아들만을 구했다.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은 한 여름에는 뜨겁고 건조한 사막이 펼쳐지는 것이다. 낮 기온이 섭씨 40도까지 치솟는데다 햇볕을 피할 그늘도 찾기 어려운 사막지대에서 관광객이 자칫하다가는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원 측은 사막 탐방로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에게 1인당 최소 3.8ℓ의 물을 휴대하도록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아이를 데리고 사막 탐방로를 따라 나서면서도 566g짜리 생수 두 병만 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남편을 발견했을 때 빈 생수통이 주변에 떨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아내인 오르넬라 스타이너는 고질적인 무릎 통증으로 탐방 중 홀로 차량으로 돌아가다가 일사병으로 변을 당했고, 남편인 데이비드 스타이너는 “저기 언덕만 넘으면 여기를 빠져나갈 자동차가 있을 것”이라며 아들을 끌고 사막을 계속 걷다 목숨을 잃었다. 현지 경찰은 생존한 아이의 증언을 토대로 “탈수 증세로 이들 부부가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망한 아버지의 곁에서 발견된 아이는 탈수 증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목숨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보안관은 “아이가 몸집이 작은 데다가 사막을 걷던 부모들이 자신들이 먹을 물을 아이에게 줘 평소보다 두 배 정도의 물을 마시게 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아이는 발견된 후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사건을 전해들은 아이의 할머니가 급히 프랑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해 아이를 데리고 갔다고 경찰은 전했다. 지난 10년 간 화이트 샌즈 공원에서 열사병으로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공원 관리자인 마리에 새터는 “비극적인 사건에 위로의 말을 전한다”면서 “한 가족에 내린 끔찍한 재앙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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