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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작가 렌즈에 비친 한국은 냉전의 상흔 여전한 분단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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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작가 렌즈에 비친 한국은 냉전의 상흔 여전한 분단국가

입력
2015.08.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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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 현대사 현장 촬영 필름 12만장

'격동한국 50년' 발간기념 전시

일본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 눈빛 제공
일본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 눈빛 제공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桑原史成ㆍ78)가 한국에서 출간하는 다섯 번째 사진집 ‘격동한국 50년’(눈빛) 발간 및 기념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구와바라는 외국인의 눈으로 50년 이상 꾸준히 한국을 취재해 온 사진가로 ‘격동한국 50년‘은 사실상 그 완결편이다. 7일 서울 태평로1가 조선일보미술관 전시장에서 만난 구와바라는 “1989년 처음 이 전시장에서 한국 사진전을 했는데 사반세기인 25년 만에 다시 돌아오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피와 땀과 눈물이 어린 한국의 196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는 발전사를 ‘격동’이라 표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와바라의 고향인 일본 시마네현 쓰와노 마을에 있는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미술관’과 작가개인 작업실에 보관된 한국 촬영 분량은 필름으로 따지면 12만 매에 이른다. 1965년 한일수교 반대투쟁 현장이나 여의도에서 열렸던 베트남전 출병식, 분단의 현장 등이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한국인 사진가들이 미처 기록하지 못한 한국사의 중요한 국면과 사회상을 카메라에 담았기에, 지금도 그의 사진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사에서 중요하게 여겨진다.

구와바라는 1962년 일본의 수은중독 현상을 취재한 ‘미나마타’ 연작으로 일본사진비평가협회의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처음 이름을 알렸다. 그가 다음으로 선택한 촬영 대상지가 한국이었다. 일본이 남긴 상처를 안은 분단 국가 한국은 일본에서도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일본에서도 외신으로 전해지는 소식만 알 뿐 한국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어요. 1964년 타이요(太陽)란 잡지에 한국 사진을 게재하기로 하고 처음으로 한국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한국을 찍을 줄은 몰랐습니다.”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는 50년간 한국의 풍경을 촬영하면서 어두운 현장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고가도로 건설로 철거되기 전 청계천 판잣집 풍경은 근대화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한국 사회의 이면을 드러낸다. 눈빛 제공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는 50년간 한국의 풍경을 촬영하면서 어두운 현장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고가도로 건설로 철거되기 전 청계천 판잣집 풍경은 근대화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한국 사회의 이면을 드러낸다. 눈빛 제공

그가 한국을 계속해서 찾게 된 데는 1970년 만난 한국인 아내 최화자씨와의 인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의 산업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 첫 자동차 회사인 아시아자동차를 방문했을 때 저를 안내해준 사람이 지금의 아내입니다. 그 후 일본이나 베트남, 캄보디아 등도 취재했지만 아무래도 한국을 자주 찾게 되니 애착이 갈 수밖에 없죠.” 그 말대로 그의 한국 사진은 1965년 청계천변의 판잣집, 1968년 고가도로 건설현장, 2008년 인공하천으로 복원된 청계천을 차례로 기록하고 있다. 한국이 절차적 민주화를 이룩한 1987년 이후로는 대선 유세 현장을 반드시 찍기도 했다.

일본인의 눈으로 본 한국은 어떤 공간이냐는 질문에 구와바라는 “한국은 여전히 냉전의 흔적이 남아있는 분단 국가”라며 “한국을 촬영하면 세계를 촬영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이 안정되고 풍요롭지만, 언제 또 위기가 발생할 지 모르는 지뢰밭 같은 느낌입니다. 여전히 국외자의 입장에서도 기록 가치가 높은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27세에 한국을 처음 만난 지 51년이 지났지만 그의 투철한 ‘기록정신’은 여전했다. 구와바라는 자신이 주인공인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조차 사진기를 놓지 않고 자신을 방문한 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구와바라는 “프리랜서 사진가는 너무 힘들다. 사진은 가능하면 월급을 받고 하는 게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내 다큐멘터리 사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문이나 문예작품으로는 지금도 과거의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그 순간이 아니면 안 됩니다. 그렇기에 사진을 한마디로 말하면 기록이라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존재는 항상 필요합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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