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동아시안컵 우승했지만 북한전에서만 25개 슈팅 허탕
자력 우승 기대 팬들에 약간의 실망, K리그 젊은피 가능성 확인은 성과
7년 만의 우승, 그러나 기쁨 못지 않은 숙제도 남겼다.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동아시안컵) 정상에 등극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9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북한과 최종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그러나 한국(1승2무, 승점5)은 이어 열린 중국(1승1무1패, 승점4)과 일본(2무1패, 승점2)의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나면서 2008년에 이어 다시 챔피언에 올랐다. ‘무패 우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뒷맛이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슈틸리케호의 성과와 과제를 살펴봤다.
세대교체 가능성 확인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은 이번 대회 큰 성과 중 하나다. 경기마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종호(전남 드래곤즈)와 김승대(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2일 열린 중국과 1차전에서 각각 A매치 데뷔골과 도움을 기록했다.
‘제2의 박지성’이라 불리는 이재성(전북 현대)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빠른 발과 넓은 시야, 출중한 활동량으로 소속팀을 K리그 1위로 이끌고 있는 그는 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중국전에서 도움을 올린 이재성은 북한과 경기에서도 몇 차례 위협적인 슈팅으로 상대 골키퍼 리명국의 혼을 빼놨다.
중원에 배치된 권창훈(수원 삼성)은 안정된 드리블과 송곳 패스로 기성용(스완지시티)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일본전에서 페널티킥 득점을 성공한 장현수(광저우 R&F)와 발군의 수비실력을 보여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각각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수비상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평균 나이 24.3세의 젊은 슈틸리케호는 유럽파 제외와 경험부재라는 우려 속에서도 동아시안컵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골 결정력 보강이 급선무
슈틸리케호는 북한전에서 압도적인 경기 내용을 보이고도 득점 없이 비겼다. 볼 점유율 64% 대 36%라는 수치가 이날 경기 내용을 설명해준다. 과정은 좋았지만, 결과가 아쉬웠다. 한국은 전반 슈팅수에서 14-1로 앞섰으며 경기 전체로도 25-4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대표팀은 한 골을 넣지 못해 자력으로 우승하는 데 실패했다. 중국-일본전을 현장에서 관람하며 마음을 졸인 대표팀 선수들은 양팀이 비겨 한국의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야심 차게 꺼내든 ‘김신욱 카드’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북한전에 나선 이정협(상주 상무)은 상대의 집중견제 속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지만, 역시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골 결정력 부재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북한전을 지켜본 허정무 JTBC 축구해설위원은 “한국 선수들의 슈팅이 이상할 정도로 북한 선수들의 몸에 많이 맞았다. 운이 따르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매번 마무리가 아쉬웠다”며 골 결정력 부재가 슈틸리케호가 풀어야 할 선결과제임을 강조했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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