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잠실·공릉도 해제 요구 초읽기
2017년까지 14만 가구 공급 목표, 현재 사업승인 난 건 23% 불과
“조만간 송파(600가구)와 잠실(750가구)의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정을 해제해 달라는 내용을 국토교통부에 공식 전달할 예정이다. 애초에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한 것부터 잘못됐다.”(송파구청)
“국토부는 줄곧 행복주택 지구 지정이 된 후 해제할 수 없다고 했는데 목동 사업만 취소시킨 것은 이해가 안 간다. 목동은 잘 사는 동네라서 봐주고 공릉은 낙후된 동네라 내버려 두는 것인가.”(공릉 행복주택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박근혜 정부의 주력 주택사업인 ‘행복주택’이 갈수록 동력을 잃고 있다. 지구 지정 후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주민 반발로 무산(목동)된 데 이어 송파ㆍ잠실, 그리고 공릉 지역에서도 해지 요구가 잇따를 조짐이다. 이러다가는 도심 생활권에 젊은 세대를 위한 주거를 마련하겠다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여느 임대주택과 마찬가지로 외곽지역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주민들과의 협의가 가장 중요한 사업임에도 정부가 성과내기에 급급해 일방통행을 한 것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행복주택의 공급 목표는 2017년까지 총 14만가구다. 이중 지난해 2만6,000가구에 대한 사업 승인을 마쳤다. 올해부터 3년간 3만8,000가구씩 사업을 승인해 2017년 계획된 물량을 모두 소화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매우 성공적이라는 게 국토부의 자평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 목표(14만가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총 6만4,000가구 사업이 갈등 없이 진행되고 있고 최근 첫 입주민 모집도 성공리에 마감되는 등 행복주택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적잖이 부풀려진 측면이 다분하다. 현재 협의 중인 것을 빼고 실제 지금껏 사업 승인이 난 것만 따지면 3만2,000여가구에 불과하다. 목표치의 22.9%만 달성한 셈이다.
더구나 성공 모델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상징성 있는 대표 지역에 입성하지 못한데다 갈등이 빚어지는 과정에서 행복주택 역시 집값을 떨어뜨리는 임대주택이란 이미지가 굳어져 도심에 짓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는 오류ㆍ가좌ㆍ목동ㆍ잠실ㆍ송파ㆍ공릉ㆍ안산 등 7곳을 시범지구로 지정(2013년 5월)했지만 모범 사례를 만들기는커녕 현재 대부분 지역에서 삐걱대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노른자위 땅에 지어지는 대규모 단지(1,300가구)란 상징성이 컸던 목동지구는 안전성,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주민들 탓에 결국 정부가 백기를 들었고, 주민들과의 지구지정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인 공릉의 경우도 목동 사례에 자극을 받아 구청측이 지구지정 취소를 요구하고 나설 분위기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이날 “주민 다수의 서명을 받는 등 행복주택 지구 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하면 국토교통부에 이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남권인 잠실과 송파 역시 지역 반발이 거세 추가 해제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행복주택은 도심 무주택자를 위한 고급형 임대주택인데 설득작업이 없다 보니 주민들에겐 집값 떨어지게 하는 질 낮은 임대주택으로 인식됐다”며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일방통행식 진행과 지역의 이기주의가 맞부딪치면서 사업이 꼬였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심 역세권에 부지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엔 국토부가 부지 발표를 하면 지자체가 즉각 반발하는 모양새다. 최근 국토부가 KTX수서역 주변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1,900가구 규모의 행복주택을 건설하겠다고 하자 서울시가 “미래형 복합도시로 육성하려는 취지와 맞지 않다”며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 단적인 예다. 사당역, 수서역 등 가능한 역세권은 전부 살펴보겠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지만, 협상이 여의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이라도 지자체,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취지를 알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적합한 곳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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