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두산 유희관(29)이 1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발목 부상 여파에 따른 선수 보호 차원의 조치다. 팀 내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유희관이 그 동안 얼마나 팀을 위해 혼신의 투구를 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유희관은 올 시즌 15승3패를 거두며 다승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세운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12승)을 뛰어 넘은 건 물론 1988년 윤석환이 기록한 두산 토종 좌완 한 시즌 최다승(13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꿈의 20승도 넘볼 만한 페이스다. 국내 투수 중 마지막 20승 기록은 2003년 정민태로 남아 있다. 선발 20승으로 좁히면 1995년 이상훈이 마지막이다. 유희관은 "20승에 큰 욕심을 내기보다 마음을 비우면서 하겠다"고 말했다. 정작 신경이 쓰는 이는 건 사람들의 높은 관심이다. 그는 "나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올라가는 것 같다. 이러다 내년엔 10승만 해도 못한다고 욕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수보다 더 빛나는 건 꾸준함과 책임감이었다. 유희관은 지난해 177⅓이닝을 소화해 토종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올해도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나와 148⅓이닝을 책임졌다. 롯데 린드블럼(152이닝)에 이어 2위다. 선발 투수로서 자기 역할을 확실히 해냈다.
특히 그는 6일 러닝 도중 왼 발목을 접질렸고, 이후 등판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희관은 "괜찮다"는 뜻을 드러내며 당초 선발 예정일인 9일 LG전에 나섰다. 이날 7이닝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내며 올 시즌 최다인 115개의 공을 던졌다. 유희관은 "경기 중에는 집중을 하느라 아프다는 생각을 할 새가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내려오니까 통증이 조금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더 중요한 승부처나 포스트시즌도 있기 때문에 발목 상태를 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부상이 없는 선수는 없다. 모두 참고 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매 경기 로테이션을 안 거르고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두터운 책임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다.
유희관은 또 올 시즌 화요일-일요일로 이어지는 '주 2회 등판 2승'을 세 차례 해냈다. 10개 구단 전체로 봐도 최다 기록이다. 일주일에 두 번 등판하면 투구수를 조절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는 매번 100구 이상씩을 던지며 선발 투수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쉼 없이 달려온 유희관은 부상 완치를 위해 잠시 숨을 돌리기로 했다. 휴식 후에도 변함 없는 질주가 기대되는 이유는 그 동안 보여준 그의 에이스다운 책임감 때문이다.
사진=두산 유희관.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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