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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임금피크제는 해야 한다

입력
2015.08.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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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 가는 한국의 성장동력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임금피크제가 답이라면 엉뚱한 소리라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임금을 호봉제에서 해방시켜 생산성에 맞게 유연화 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핵심과제이다.

우리 생산직의 30년 경력 왕고참 월급은 신참의 3배가 넘는다. 다른 선진국은 2배를 넘지 않는다. 우리 고참의 능력이 좋아서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국제비교 테스트 결과는 우리가 15세에선 세계 최상위권이나 성인 전체 평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간 수준, 56~65세는 하위권에 머문다. 우리의 어린 세대가 우수한 탓도 있지만 나이 들며 역량이 급락하는 탓도 크다.

고참의 임금이 높은 이유는 역량과 무관하게 호봉이 자동 승급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9급 공무원 30호봉은 5급의 10호봉보다 높으며 1급의 3호봉에 해당한다. 속칭 짬밥이 결정적인 것이다. 결국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기여에 비해 보수를 많이 챙기게 된다. 이러한 호봉제는 과거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등 순기능도 없진 않았으나 지금은 그 폐해가 심각하다.

첫째, 기업이 고령자를 빨리 내보내려 한다. 임금 근로자의 평균 퇴직연령이 52세이다. 재취업이 쉽지 않으니 자영업으로 몰려 장사는 더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는 쌓이고 내수는 더 침체된다. 정부의 사회보장 부담도 가중된다. 이 문제 해결은 근로자의 재직 연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소득 중심 성장도 가능하다. 정년 연장도 한 수단이나 조기 퇴직 방지가 더 중요하며 이를 위해 임금피크제 등 유연한 임금 체계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임금피크제는 조기 퇴직이 대세인 조직에 정년 보장과 연계, 도입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정년이 이미 보장된 공기업 같은 조직에선 퇴직 전 임금만 떨어지니 상대적으로 저항이 크게 마련이다.

둘째, 기업은 나이 들어도 호봉이 오르지 않는 사람을 찾게 된다. 바로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만 느는 배경에는 호봉제가 숨어 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로 절약된 재원으로 고용을 창출한다는 다소 인위적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나 유연한 임금 체계에선 기여분 만큼 보수를 주므로 굳이 해고할 필요가 없다. 정규직을 뽑는데 부담도 없어진다. 따라서 해고 유연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임금 유연성이다. 그런데 정부는 유연한 임금과 함께 쉬운 해고를 노동개혁 방향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재취업 시장이 미발달된 우리 현실에서 쉬운 해고는 결국 자영업 확대나 재정 부담으로 귀결된다. 근로자의 고통도 고려해야 한다. 임금이 유연해야 재취업 시장도 활발해진다. 노사정은 한발씩 양보하여 ‘쉬운 해고’는 버리고 ‘임금의 유연성’에 합의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생산성에 맞는 임금 산정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임금피크제가 나왔다. 나이 들면 생산성이 떨어지니 임금도 낮추자는 것이다. 따라서 임금 피크 연령을 설정할 때 생산성을 고려한다는 원칙이 중요하다. 직종별 차이는 있겠지만 평균 퇴직 연령을 고려할 때 임금 피크 시점은 50대 초ㆍ중반이 적합하다. 그래야 조기 퇴직을 막고 청년일자리를 확대하는 임금피크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정부는 공기업에 먼저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부분 노사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 정년 연장으로 민간 대비 이점이 커지는 공기업이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그나마 도입을 추진 중인 공기업은 담합이라도 한 듯 ‘정년 3년 전 임금 피크’를 검토하고 있다. 이미 57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기업들은 정년이 60세로 1년 늘자 적용 연령을 58세로 늦추려 한다. 정년이 늘었다고 피크연령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나중에 정년도 더 쉽게 올릴 수 있다. 향후 정년이 선진국처럼 65세로 된다면 63세 직전까지 임금을 올려야 하겠는가? 임금피크제는 조기 퇴직을 막고 청년일자리를 확대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제대로 하자.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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