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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티렉스] 여행 함께 갈 ‘좋은 친구’는 누구인가

입력
2015.08.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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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가장 좋은 계절, 여름이다. 그리고 휴가철이다. 특히나 이런 계절에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JTBC)’를 더욱 열심히 챙겨볼 수밖에 없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여행의 ‘이상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장 즐거운 여행이란 어떤 걸까. 얼마 전 술 좋아하는 모 후배가 이야기한 말이 힌트가 될 것 같다. 그 후배의 말은 이랬다. “아니, 내가 술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자꾸 상사들이 아무 때나 술 먹자고 하는데 말이죠. 술 좋아한다고 해서 아무하고나 마시는 걸 다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 어디에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떠나는 게 중요하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보면서 늘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유가 그거다. 좋은 사람들만 나와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나오는 출연자들은 대부분이 ‘비정상회담(JTBC)’ 출연자들이다.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보이게 마련인데,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꾸밈 없이 순수하고, 서로에 대해 재고 계산하는 게 전혀 없다. ‘비정상회담’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바로 ‘참 괜찮은 사람’들이 나왔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이 활짝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프로그램 첫 에피소드였던 중국(장위안의 집) 편을 보면, 미국인 타일러와 벨기에인 줄리안이 중국 윈난성의 소수민족 나시족의 상형문자를 살펴보면서 그 자리에서 글자를 나름대로 익히는 장면이 나온다(사진). 나는 이 장면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보통의 여행 프로그램에서는 보고, 즐기는 모습만 나오지 직접 그 문화에 대해 무언가를 빨리 배워보려는 사람들은 보기 어렵다. 그 동안 내가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은 좀 다르다. 자신이 자란 곳과 다른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빨리 배우려고 한다. 다른 문화에 대해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갖지 않고, 과하게 칭찬하지도 않는다.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즐긴다.

tvN의 히트작 ‘꽃할배 시리즈’도 친한 친구들끼리 즐겁게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절친한 사람들끼리 여행하는 도중에 나오는 유쾌한 분위기는 늘 보기 좋다.

그런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는 ‘플러스 알파’가 있다. 일행 중 누군가의 집에 찾아가는 컨셉트라서 그들의 여행은 ‘낯선 모험’이라는 느낌보다 ‘익숙함과 편안함’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전문 가이드 대신 그 나라의 말과 문화를 너무나 잘 아는 친구가 안내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네 고향 동네의 시장에서 함께 장을 보고, 친구네 집에서 함께 밥을 만들고, 딱딱한 느낌의 호텔이 아니라 친구네 집에서 아침을 먹는다. 그러니까, ‘여행 초고수’들이나 가능한 ‘최고난도 레벨’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 나라의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곳에서, 실제 사는 모습을 엿보면서 그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이다. 거기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 친구들이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는 건 또 다른 재미다.

지난 8일 방송된 캐나다 기욤 패트리의 집 편(사진)에서는 캐나다가 고향인 또 다른 인물, 헨리(슈퍼주니어M)도 함께 등장했다. 프로그램에 갑자기 등장한 아이돌이 위화감을 조성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헨리의 가족을 유쾌하게 소개하는 장면은 아이돌로만 보았던 헨리를 더 인간적으로 이해하게 만들어줬다. 이런 게 바로 이 프로그램의 묘미다.

그리고 홍콩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캐나다 토론토에서 자란 헨리-캐나다 퀘벡(불어를 공용어로 쓰는 지역) 출신의 기욤-뉴질랜드인 존-한국인 유세윤-중국인 장위안-네팔인 수잔이 서로 친구가 되어서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서로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만 볼 수 있는 신선한 재미를 줬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늘 그런 생각을 한다. 저렇게 좋은 친구들이 모였다니 참 부럽다. 나도 저렇게 좋은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 여행은 죽어라 돈 벌면 떠날 수 있다지만, 저렇게 좋은 친구들을 만드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나오는 친구들은 매회 이런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언어의 장벽’이나 ‘문화의 차이’ 같은 건 별 의미가 없으니 부담 갖지 말고 즐겁게 떠나서 즐기라고.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고, 누구든 가족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모습은 똑같이 닮았다고. 진짜 여행이란, 유명 관광지에서 잔뜩 멋 내고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리는 게 아니라 나의 마음, 혹은 친구의 마음 속으로 떠나는 것이라고. 마르셀 프루스트도 이렇게 말했다. ‘진정 무언가를 발견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고.

‘좋은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선 사람들마다 각자 다른 수 만 가지 의견이 나올지 모르겠다. 그러나 ‘좋은 여행을 갈 수 있는 좋은 친구는 누구인가’의 기준은 아마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통할 것 같다. 마치 전세계 누구에게나 다 통했던 유세윤의 ‘개코 원숭이 개그’처럼. 나는 언젠가 좋은 친구들과 즐거운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그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방송 칼럼니스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JTBC 매주 토요일 밤 9시45분

내 친구의 집에서 부대껴 살며 겪게 되는 좌충우돌 생활 이야기

★시시콜콜 팩트박스

1)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제목은 동명의 영화에서 따온 것이다. 1987년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만든 영화 제목과 같다. 영화는 1989년 로카르노 영화제 청동표범상 수상작이다.

2) 이 프로그램은 ‘비정상회담’의 스핀오프 격이다. 제작진이 밝힌 기획의도 역시 “토론장에서만 다루던 문화의 차이를 생생하게 몸으로 느껴본다”는 것이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비정상회담’ 출연진 중 한 명의 고향집에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내용으로, 지금까지 중국(장위안)-벨기에(줄리안)-이탈리아(알베르토)-캐나다(기욤) 편이 방송됐다. 앞으로는 한국 편도 방송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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