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노래가 잘 빠졌다. 맵시 있는 사운드에 날렵한 인상의 보컬, 여기에 제법 둔중한 비트에 이르기까지, “요즘 차트에서 사랑 받는 스타일의 노래를 한 곡만 소개해달라.”고 누군가 요구한다면, 이 곡을 들이밀어도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동시대적인 어떤 감각을 건드릴 줄 아는 싱글이라고 보면 된다.
곡의 기본적인 뼈대는 ‘트랩’ 사운드다. 그렇다면 이 트랩이라는 게 대체 뭐 하는 놈이냐는 질문이 따라올 것이다. 트랩은 일렉트로니카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은 흑인 음악의 한 장르다. 강렬한 리듬 터치를 특징으로 하며... 에이, 아니다. 밑의 노래 두 곡을 리듬을 중심으로 해서 먼저 들어보라. 이게 트랩이다.
혹시 아직도 감 못 잡으시는 분들을 위해 위키피디아에 정의된 트랩을 그대로 해석해 옮겨와 본다. “공격적인 가사 내용과 사운드를 특징으로 한다. 악기 연주는 808 킥 드럼(위의 영상 중 ‘연결고리’에 아예 가사로 나온다.) 혹은 헤비하게 확장된 극저음 베이스에 의해 진행된다. 더블 타임, 트리플 타임, 그리고 더 잘게 쪼갠 ‘하이 햇’(드럼의 일부), 층을 이루어 연주되는 신시사이저, 시네마틱한 스트링 등도 트랩의 요소들이다.” 어떤가. 그냥 위의 음악을 듣고 머리 아닌 가슴으로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게 낫지 않겠나.
어쨌든 딘(Dean)의 ‘I’m Not Sorry’는 이 트랩을 기반으로 작곡된 노래다. 여기에 최근 R&B 신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가장 핫한 그래미 수상자 에릭 벨린저(Eric Bellinger)의 피처링을 더했다. 이름값만 보자면 “응? 에릭 벨린저가 왜?” 싶겠지만 딘이라는 뮤지션의 경력도 제법 화려한 리스트를 자랑한다.
그는 21살의 어린 나이에 엑소(EXO), 빅스(VIXX) 등, 국내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작곡/작사가로 참여하며 입지를 굳혔고, 이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에릭 벨린저, 밀라 제이(Mila J), DJ 에스타(esta.) 등 유명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것만 봐도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는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15년, 유니버설 뮤직과 계약을 체결한 뒤에 공개한 미국 데뷔 싱글이 바로 이 곡, ‘I'm Not Sorry’인 것이다.
굳이 해외로 따지자면, 트레이 송즈(Trey Songz)나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 같은 뮤지션의 그림자가 일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있는 그대로의 수입 복사판은 아니다. 미국 쪽 현대 R&B(요즘 말하는 퓨처 소울)의 느낌을 가득 안고 있으면서도, 음색에는 개성이 배어있고, 진행에 있어서도 음악적인 센스 같은 것이 돋보인다. 중간 중간 자신감 있게 내뱉는 추임새나 래핑과 가창의 경계를 절묘하게 오고 가는 창법도 훌륭하다.
과연 이 뮤지션이 어디로 뻗어나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굿 싱글’이다. 참 빼놓고 말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앞에서 ‘수입 복사판은 아니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바로 딘의 국적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국뽕(과도한 애국주의)’ 예방 차원에서 일부러 마지막에 언급했음을 밝힌다. 국적 따위는 상관 말고 집중해서 들어보기를 권한다. 설마 무국적이 도리어 미덕인 K팝 세상에 살면서 아직도 국적부터 따지는 사람은 없겠지.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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