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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브랜드, 같은 심장… 자동차 메이커들 적과의 동침 이유는

입력
2015.08.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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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와 르노삼성 SM5가 같이 사용 중인 르노의 1.5ℓ 디젤 엔진.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와 르노삼성 SM5가 같이 사용 중인 르노의 1.5ℓ 디젤 엔진.

현재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자동차 중에 브랜드가 다른데도 엔진을 공유하는 차들이 있다. 같은 그룹에 속한 계열 브랜드 사이의 엔진 공유는 흔한 일이지만 전혀 다른 회사의 차가 같은 엔진을 쓴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다. 대표적인 예가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와 르노삼성자동차의 SM5 D이다. 두 자동차에 쓰이는 1.5ℓ 디젤 엔진은 출력 등 성능 특성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계적으로 완전히 같다.

이 엔진은 프랑스에 있는 르노의 엔진 공장에서 생산돼 각각 메르세데스-벤츠와 르노삼성에 공급됐다. 메르세데스-벤츠에 르노 엔진이 쓰이는 것은 2010년 메르세데스-벤츠를 만드는 다임러와 르노-닛산이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결과다. 두 회사의 제휴 분야에 엔진도 포함돼 상대 회사의 엔진을 얹어서 내놓는 모델이 차츰 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르노의 디젤 엔진을 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승용차용 소형 디젤 엔진은 르노와 푸조, 시트로엥 등 프랑스 자동차 회사들이 탄탄한 경험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디젤 엔진 승용차가 일찌감치 큰 비중을 차지했고, 시장도 소형차에 집중돼 있다. 당연히 활발하게 소형 디젤 엔진이 개발돼 경쟁력을 갖췄다. 우리나라와 일본 회사들도 디젤 엔진 기술이 부족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 프랑스 업체들의 디젤 엔진을 구입해 유럽 수출용 모델에 얹었다. 시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의 Q50 등 일부 모델에 메르세데스-벤츠가 생산해 C 클래스, E 클래스 등에 장착하는 2.1ℓ 디젤 엔진이 쓰이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글로벌 업체들이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을 공유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비용 절감도 빼놓을 수 없다. 나날이 커지고 있는 친환경 고효율 엔진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엔진 개발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개발비를 회수하고 수익을 내려면 한번 개발한 엔진을 최대한 많은 차에 활용해야 한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엔진 공유는 참여 회사들이 개발비 부담을 서로 나누면서 사용 범위를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공유 범위가 제한적이다. 서로의 주력 시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르노-닛산의 엔진 공유도 각자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르노삼성 SM5. 르노삼성 제공.
르노삼성 SM5. 르노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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