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안암병원, 국내 최초로 새터민 등 소외층 대상 사회공헌
고려대안암병원이 지난달 사회공헌 활동(CSR)을 전담할 사회봉사단을 창단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CSR 활동을 위해 의료기관이 전담 조직을 꾸리기는 안암병원이 처음이다.
안암병원은 또 순회진료 대상자를 우리 사회 대표적인 의료소외 계층인 외국인노동자와 새터민,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으로 압축하고, 해마다 40회 이상 순회진료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순회진료로 대표되는 사회공헌 활동이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펼쳐질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병원은 지난 1일 ‘꿈씨 버스’라는 애칭이 붙은 순회진료 버스를 앞세우고 서울 공릉종합사회관 북부하나센터를 찾아 새터민들을 대상으로 첫 순회진료를 펼쳤다.
김신곤 고려대안암병원 기획실장(내분비내과 교수)을 지난 5일 만났다. 김 교수는 안암병원이 CSR 활동에 열정을 쏟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병원, 그 이상의 가치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환자들에게 최상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병원의 으뜸 가치이다. 안암병원은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JCI 인증 획득과 재인증 획득,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 선정 등을 통해 최고의 의료서비스 수준을 공인 받았다. 안암병원은 이에 더해 또다른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최상의 치유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은 모든 병원의 기본 책무”라면서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병원을 찾기 힘든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직접 찾아가 긍정적인 건강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대의대의 역사도 민족의 아픔과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화답하기 위한 노력들로 시작된 것이었다”며 사회공헌 활동이 고대의 역사와 전통과 맞닿아 있음을 비쳤다.
김 교수가 말했듯 안암병원의 사회활동은 시대와 민족의 아픔을 껴안으려는 노력이다. 안암병원 사회봉사단의 캐치프레이즈는 ‘좀 더 멀리, 좀 더 가까이’. 순회버스에는 고려대 의대의 영문 표기인 ‘KUMC’의 한글 발음을 살짝 비튼 ‘꿈씨’라는 별칭이 붙었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의료 소외계층을 찾아 긍정과 희망을 메시지를 전하고 널리 퍼뜨리겠다는 꿈을 담았다. 김 교수는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 사람 중 1%는 병원을 찾고 싶어도 돈이 없어 치료 못 받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전에 미아 지역의 한 독거노인 집을 방문했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나중에 보니 돌아가신 지 며칠이 지난 뒤였다”며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가슴 아픈 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 우리 현실”이라고 했다.
안암병원 순회진료의 주요 대상자는 새터민들이다. 안암병원 순회진료가 또다른 형태의 민족 아우르기임을 드러낸다. 김 교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통일 이주민’이라고 나는 부른다. 우리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통일이란 뜻에서다. 이분들과 어떻게 관계 맺고 어우러지느냐에 따라 통일 이후 한반도의 미래가 달렸다”고 생각을 밝혔다.
안암병원은 지난 2008년부터 새터민 대상의 무료 건강검진을 진행해 왔다. 이 병원의 무료 건진을 받은 새터민 수는 1,000명을 헤아린다. 그것도 단순한 건강상태 체크에 그치지 않고 한 명 한 명 상태를 추적해 상태가 점점 더 나아지도록 이끈다. ‘통일의학’의 디딤돌 쌓기를 위한 것이다. 통일 이후 한민족을 대표할 수 있는 병원이 되기 위한 장기 포석이다.
김 교수는 북에 대한 의료 지원이나 대북 보건의료 교류가 장비와 약을 주는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예전 북에 결핵 약을 지원했는데 시혜적 일회성 지원에 머문 결과 결핵에 대한 내성만 잔뜩 키워 사망자만 대거 양산하는 역효과만 불렀다”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북 주민의 건강상태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다. 당뇨병 전문의인 김 교수는 지난 2월 고려대 의대가 개최한 통일의학심포지엄에서 북한 이탈주민 코호트의 실증적 연구결과를 발표해 반향을 불렀다. 남북간 의료격차 줄이기에 지금부터 나서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교수는 “통일 이후 북 주민들을 가장 괴롭힐 질환은 감염질환이 아니다”라면서 “고혈압이나 대사증후군과 같은, 빈곤과 풍요가 만나 문제가 되는 생활습관병이 최대 복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암병원 사회공헌 활동은 자발적 참여로 굴러간다. 안암병원이 지난 달 사회봉사단을 꾸리기 위해 무료 봉사단원을 모집했는데, 100명이 몰려 들었다. 김 교수는 “사회공헌은 그동안 조직화만 안됐던 것 뿐이지 곳곳에서 묵묵히 봉사를 실천해 오면서 열정을 간직한 분들이 무척 많았던 것”이라고 했다. 안암병원이 매달 진행하는 교직원 월급 끝전성금 모금에는 매번 1,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나눔과 봉사에 대한 이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는 지난 메르스 사태 때도 빛을 발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이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으며 맹위를 떨치던 당시 이 병원은 전 직원의 방역 활동 참여로 ‘청정지역’으로 지켜냈다는 후문이다. 이 병원 흉부외과와 호흡기내과 교수는 메르스 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에 지원근무에 나서 인술을 펼쳤다. 특히 인공신장실의 한 간호사는 정년 퇴임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임에도 메르스 지원근무를 자청하고 나서는 인간애를 실천해 화제를 모았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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