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하 비난한 女앵커 겨냥
'월경 탓 예민' 시사하며 분풀이
보수진영 "도 넘었다" 즉각 반발
공화당 대선 후보들도 잇달아 성명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들의 첫 TV 토론회에서 흥행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가 토론회 후폭풍에 휩싸였다. 트럼프가 6일 토론회에서 자신을 공격했던 여성 앵커에 대해 막말을 쏟아내는 등 안하무인의 태도를 멈추지 않자 공화당 내부를 포함한 보수 진영이 서서히 등을 돌리며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폭스 뉴스의 여성 앵커 메긴 켈리에 대한 트럼프의 도를 넘은 발언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켈리는 6일 토론회에서 트럼프의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송곳 질문을 던졌다.
토론회 다음날인 7일 트럼프는 CNN방송 ‘투나잇’에 출연해 “그녀의 눈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다른 어디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켈리가 월경 탓으로 예민해져 자신을 토론에서 괴롭힌 것 아니냔 의미의 비난을 가한 셈이다.
이 발언은 보수 진영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통제 불능의 차를 운전하고 있다. 누군가 그를 차에서 끄집어내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더 이상 트럼프에 대해 쉬쉬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다른 후보들도 성명을 잇달아 내며 트럼프 때리기에 나섰다.
보수단체 레드스테이트는 8일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행사에 트럼프를 기조연설자로 초청했다가 7일 긴급히 취소하기도 했다. 에릭 에릭슨 레드스테이트 대표는 7일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직설적인 논객이거나 비전문적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품위도 그런 선 중에 하나”라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9일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의 염증을 일으키는 수사학이 ‘공화당 브랜드’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트럼프를 배제하고 다른 후보자들 사이에서 더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의 베테랑 전략가인 알렉스 카스텔라는 “불은 여전히 피해를 주고 있지만, 불길이 잡히고 있다”라며 “트럼프는 스스로 본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그는 더 이상 클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