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과 관련한 기술 개발과 사업화로 커다란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페이스북과 손을 잡고 ‘기어VR’이라는 제품을 내놓고 스마트폰을 끼워서 가상현실 콘텐츠를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글도 안경형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구글 글래스’를 발표하고 VR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는 유튜브 360 플랫폼, VR 콘텐츠를 저렴하게 경험할 수 있는 카드보드를 통해 시장에서의 헤게모니를 쥐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ICT 기업들의 경쟁에서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차세대 ICT 분야의 가장 중요한 기술로 손꼽히는 VR/AR 경쟁에서 만큼은 가장 앞선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한 홀로렌즈(Hololens)라는 기술은 VR과 AR의 장점을 모두 포괄한 놀라운 기술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데모
그렇지만 언제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에는 좋은 점과 더불어, 기술 그 자체와 산업적인 부분에 매몰되어 있을 수도 있는 부작용을 간과할 수 있다. 특히 의학적, 사회적으로 우려가 되는 부분들이 많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모두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모두 기본적으로 안경처럼 쓰고서 빛을 눈에 투과시켜서 영상을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각에 대한 안전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지나치게 강한 빛을 망막에 오랜 동안 비추게 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시력저하나 이상한 것들이 보이는 현상 등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적절한 임상실험이 필요하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기어 VR의 경우 제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소규모의 임상실험을 몇몇 의료기관을 통해 수행하고 어느 정도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마친 후에 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또 하나의 우려는 일본 등지에서 비디오 게임기를 플레이했을 때 나타난 바 있는 광과민성 발작이 있다. 게임 도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눈과 입이 돌아가며 발작을 일으키다 잠시 후 깨어나는 증상을 보이는데, 간질병적 요소가 잠재되어 있는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발작 시에는 광과민적 요소들(텔레비전, 게임기, PC 등)을 즉시 중단해야 발작증세가 멎는다. 이 증세는 포켓몬스터 '제38화 전뇌 전사 폴리곤'의 후반에서 지우 일행이 빨강색, 파란색 섬광이 번쩍거리는 사이버 공간의 폭발로부터 탈출할 때 강한 점멸이 발생한 상황에서 TV를 보던 750여 명의 어린이들이 광과민성 발작을 일으켜 특히 유명해졌다. 일부 닌텐도 게임에서도 유사 증세가 발생해, 일부에서는 '포켓몬 증후군' 또는 '닌텐도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VR이나 AR은 TV에 비해 시각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콘텐츠에 따라서는 광과민성 발작이 나타날 가능성도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부작용의 개연성 때문에 일부 기기는 13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는 착용하지 말도록 안내하고 있기도 하다.
또 하나의 부작용으로 우려되는 것은 '사이버 멀미(Cybersickness)'라 불리는 현상이다.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기기를 오래 착용할 때 멀미를 하는 것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면서 오심과 구토 등을 일으키는 경우다. 이런 증상은 3D 영화나 TV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실세계에서 움직이면 시각 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감각이 움직임과 연결되어 뇌로 전달이 되고, 이들 간의 특별한 어긋남이 없이 뇌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지만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경험하는 현실은 시각적으로만 전달이 되고 다른 감각은 이와 완벽하게 연동되지 않는다. 뇌가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위화감을 느끼면서 거북스러운 반응을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일부 동물 실험에서는 가상현실 환경에서 뇌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소위 ‘먹통현상(brain shutdown)’이 발생한다는 발표도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좀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런 개연성 만으로도 과다한 사용은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의학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그러므로, 아무리 성능이 좋은 증강현실/가상현실 장비가 있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6~7시간 정도 이상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직접적인 생리의학적인 부작용도 있을 수 있지만,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콘텐츠에 의한 인지장애도 간과할 수 없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콘텐츠에 매혹되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와 같이 사실 상 가상현실 3D 콘텐츠가 증강현실의 형태로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섞여서 보인다면 실제 사물에 대한 인지에 혼란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증강현실, 가상현실 장비를 착용하고 이동을 하거나,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하려고 할 때에는 경고를 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증강현실 기술이 사용자에게 적용될 경우에는 개인 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대방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카메라로 개인 정보가 쉽게 노출된다면 그로 인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첨단 기술에는 언제가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새로운 기술을 보급하고 받아들일 때에는 혹시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이 기술이 사회에 받아들여지는데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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