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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꽃보다 아빠’

입력
2015.08.0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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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하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인기다. 그 가운데 하나는 50대 아빠들과 20대 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빠들은 자기 분야에서 ‘성공했다’는 평을 받지만 가정 안에서 ‘아빠’로서는 그리 넉넉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딸과 단둘이 있을 때면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서툰 아빠들이다. 하지만 서로 생각만 해도 눈물 찡해 하는 걸 보면 애틋한 부녀지간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걸까.

대부분의 평범한 대한민국 아빠들은 가족 부양의 책임 때문에 가정보다는 일을 먼저 챙겨왔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가족과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따로따로다. 자녀들은 아빠보다 엄마와 정서적으로 친밀하고, 무엇이 필요할 때나 항상 엄마부터 찾는다. 성장기를 함께 하지 못한 자녀들과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ㆍ가정 양립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똑같이 중요한 문제다. 여성들에게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남성들에게는 가정 내 행복, 아빠의 자리를 되찾는 길이다. 하지만 육아와 가사는 무조건 여성 몫이라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 남성의 일ㆍ가정 양립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다. 직장 내에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쓸라치면 “당신이 애 낳았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인사상의 불이익과 직장 상사ㆍ동료들 눈치에 정부의 일ㆍ가정 양립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진정한 성공을 추구하는 남성이라면 ‘육아휴직’에 용기 내보길 권한다. 지난해 국내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 비율은 4.4%에 불과했다. 남성 육아휴직 확산이 중요한 것은 애착 관계 형성이 중요한 영유아기 자녀와 살갗을 맞대며 함께한 시간들이 평생 단단한 고리가 되어 가족 울타리를 견고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모성애에 가려 있던 남성의 부성애를 일깨우는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육아하는 아빠들, 그 가운데서도 육아휴직 경험과 육아 노하우 등을 적극 공유하는 아빠들을 수소문했다. 회사원, 자영업자, 전문직 등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분들이 모였다. 각 가정이 처한 상황과 육아 방식은 달랐지만 ‘육아는 부부 중 어느 한 사람이 감당하는 몫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하는 삶의 과정’이라고 여기는 점은 똑같았다.

‘아빠 육아’의 최대 장점은 다양하고 활동적인 놀이다. 웹툰 작가인 한 아빠는 “예측불허의 다양한 놀이를 통해 아이는 어떤 상황이 와도 당황하지 않는 법을 알게 되고, 나중에 사회성이 뛰어난 아이로 자라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아빠는 “다양한 게임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나름대로 규칙을 정하고 아빠에게 타협점을 제시하는 모습이 뚜렷해졌다”고 흐뭇해했다. 같이 뒹굴고 놀며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는 이런 아빠들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꽃보다 아빠’가 아닐까.

여성가족부는 앞으로 ‘꽃보다 아빠’들과 함께 가족친화적인 사회문화를 조성하고 여성과 남성 모두의 일ㆍ가정 양립 문화를 확산해 나가려고 한다. 정책 지원 노력도 계속할 것이다. 지난해 10월 도입한 ‘아빠의 달’ 제도를 통해 실질적으로 남성 육아휴직 급여를 올렸고, 지난달부터 육아기 대체인력고용에 대한 기업지원금도 크게 높였다. 아울러 올해 안에 기존 12개월까지 적용되던 ‘육아기 단축근로제’ 기간을 2배(24개월)로 확대하고,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합해 최대 3회까지 나눠 쓸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방송에서 50대 아빠들과 20대 딸들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평소 꼭 같이하고 싶던 일을 가슴 속에서 하나하나 꺼내 실행하면서 관계의 변화가 시작된다. 가족의 가치가 빛을 더하는 것은 이렇듯‘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다. 지금 이 순간 육아를 망설이는 아빠들에게 ‘꽃보다 아빠’의 조언을 전한다. “아빠들이여, 저질러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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