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른바‘종전(終戰) 70년 담화’작성을 위해 설치한 자문기구가 6일 제출한 보고서가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20세기를 뒤돌아보아 21세기의 세계질서와 일본의 역할을 구상하기 위한 유식자(有識者) 간담회’라는 긴 이름의 자문기구가 낸 보고서가 한국과 중국에 대해 상당히 다른 인식을 보여주어, 이런 인식의 차이가 자칫 14일 발표될 ‘아베 담화’에 그대로 투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대중 관계에 대해 “서로 화해를 향한 자세를 보여줬지만 쌍방의 생각이 충분히 합치하지 않은 70년이었다”며 “잘못 끼운 단추를 다시 끼워 화해를 추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일 관계 기복의 원인이 양쪽 모두에 있었음을 드러내고, 앞으로의 화해를 위해서는 상호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한 셈이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지난 70년 동안 한국의 대일관(對日觀)은 “이성이 일본과의 현실적 협력관계를 떠받친 반면 심정(心情)이 일본에 대한 부정적 역사인식을 고조시켰다”고 분석, 한일 관계가 주로 한국측 요인에 의해 좌우됐음을 시사했다. 또 “한국 정부가 역사인식 문제에서 골대를 움직여왔다”고 꼬집어 마이니치 신문이 7일 사설에서 ‘온당치 않은 표현’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보고서가 한중 양국에 대해 보인 온도 차는 이뿐이 아니다. ‘중국 침략’은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조선 식민지화’에 대한 언급은 뺐다. 청일전쟁 이후의 대만 식민지화에 대해서는 언급했지만, 러일전쟁 이후의 ‘조선 식민지화’는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1930년대 후반부터 식민지 지배 가혹화’라는 표현만 있다.
보고서에 드러난 이런 인식의 차이가 ‘아베 담화’에 그대로 투영될 경우 한중 양국의 반응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아베 담화’에 대한 전향적 주문을 내놓기 시작한 일본 보수파의 눈길도 중국에 집중돼, ‘한중 분리 대응’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일본의 과거 전쟁은 분명한 침략”이라고 밝힌 것이나, 요미우리 신문이 7일자 사설에서 “아베 담화는 침략 전쟁 인정은 물론 사죄 표현도 함께 담아야 한다”고 촉구한 것 등이 다 그렇다.
그러나 이런 모든 우려와 의구심은 아직 지레짐작이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함께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하고, 한중 양국과의 화해와 우호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기만 하면 곧바로 해소될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그에 대한 ‘사죄’를 반드시 담화에 담아야 할 이유다. 아울러 그 구체적 내용과 직접적ㆍ우회적 표현 방식에까지 집착하지는 않겠다는 우리 스스로의 다짐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