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보다 형량 낮은 정자법 적용
아파트 분양대행업체 대표에게서 현금과 고가 시계 등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하고 증거 인멸을 교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기춘(59ㆍ경기 남양주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8월 임시국회 회기 중이라 박 의원은 국회 체포 동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7일 박 의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아파트 분양대행업체 I사 대표 김모(44ㆍ구속기소)씨로부터 2011년부터 올해 2월까지 3억5,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은 또 자신의 측근인 전 경기도의원 정모(51ㆍ구속기소)씨에게 김씨에게서 받은 금품 중 현금 2억원과 고가의 가방 2개 및 시계 7개를 돌려주도록 지시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의원이 I사가 대기업 건설사들로부터 아파트 분양 물량을 수주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형량이 높은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리검토 결과, 민간 건설 회사에 대한 영향력 행사는 박 의원이 맡고 있는 국토교통위원장의 직무 권한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대가성이 있는 뇌물성 자금이라고 판단되지만 (공무원 직무에 관한 뇌물죄)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국토해양위원회 간사와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19대에 와서는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국회법은 현행범이 아닐 경우 국회 동의를 얻어야만 회기 중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법원은 체포동의 요구서를 검찰을 통해 법무부에 전달하며, 이후 체포동의 요구서는 국무총리실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에서 표결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면 거꾸로 법무부, 검찰을 거쳐 법원에 전달되며, 법원은 박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박 의원은 지난 7월 6일 자신의 금품 수수 사실을 일부 시인하는 자수서를 제출했으나 검찰은 참작할 만한 요소로 보기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수서 제출 시점이 측근 정씨가 구속된 이후라 ‘어쩔 수 없이 낸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인데다 금품 수수를 인정한 금액 역시 검찰이 수사한 내용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