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귀국 사흘 만에 삼다수오픈
피로 없는 모습 '메이저 퀸' 위엄
1R 공동선두로 갤러리 응원에 화답
박인비(27ㆍKB금융그룹)가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이후 처음 찾은 국내 무대에서 ‘메이저 여왕’의 위엄을 뽐냈다.
박인비는 7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파72ㆍ6,519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고 5언더파 67타로 박채윤(21)과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100여 명의 갤러리들은 제주에 폭염 특보가 내린 이날 박인비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브리티시 오픈이 끝난 후 지난 4일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귀국한 박인비는 시차나 더위 적응에 어려움 없이 깔끔한 플레이로 갤러리들의 응원에 화답했다. 전반에 2타를 줄인 박인비는 후반에서도 12번홀(파3)과 16번홀(파4)에 이어 마지막 18번홀(파4)까지 버디를 추가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12번홀에서는 티샷이 깃대를 맞추면서 갤러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박인비는 라운드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저를 바쁘게 해주셔서 낮잠 한번 못 자고 밤에 골아 떨어졌다”며 여유를 보였다. 아직까지 KLPGA에서 우승이 없는 박인비는 “아직 우승을 생각하기는 이르다”면서 “파5홀 공략을 잘 하면 기회가 있을 거 같다. 정상 컨디션으로 경기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인비와 함께 플레이를 한 선수들 역시 박인비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브리티시 오픈에서 박인비에게 역전패를 당해 준우승을 한 고진영(20ㆍ넵스)은 “시차 적응 때문에 다섯 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그런데 (박)인비 언니는 영국에서나 제주도에서나 똑 같은 것 같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어 고진영은 “브리티시 오픈 이후 인비 언니와 친해진 것 같다. 오늘도 세계랭킹 1위와 같이 라운딩하는 것도 신기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박인비와 공동 1위로 라운드를 마무리한 박채윤(21) 도 “이렇게 멋진 분과 플레이하는 것 자체가 감격스럽고 마지막 날 같이 동반 플레이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김민지(20ㆍ브리지스톤)는 이날 첫 홀부터 2개 홀 연속으로 샷 이글을 따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1라운드 1번홀(파4)에서 약 85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홀 5야드 앞에 떨어졌다가 컵 안으로 굴러들어갔고, 2번홀(파4)에서도 티샷이 왼쪽으로 말려서 그린 에지를 125야드 남긴 곳에 떨어졌고, 두 번째 샷까지 컵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최근 10년 사이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연속 두 개 파4홀 이글이 나온 것은 김민지가 처음이다. 2013년 정연주(23ㆍCJ오쇼핑)가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2라운드에서 4번홀(파5)과 5번홀(파4) 연속 이글을 한 기록한 바 있다.
전반에 버디 1개와 더블보기 1개를 쳤던 김민지는 후반에 접어들자마자 두 번의 샷 이글로 선두권에 진입했다. 김민지는 “처음에는 ‘어쩌다가 들어갔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도 들어가니까 ‘이거 뭐지’ 싶었다”며 “얼떨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 별다른 꿈도 안 꾸고 피곤하게 일어나서 쳤는데 이런 기록이 나왔다”고 말했다.
제주=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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