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락된 줄 알았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5일 언론 인터뷰에서 “교실에서부터 국민이 분열되지 않도록 역사를 하나로 가르쳐야 한다”며 “필요하면 국정화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방미 중 국정화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주무부처 장관까지 가세, 당정이 함께 불씨를 지피는 모양새다. 정부의 한국사 국정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한다.
한국사 국정화 주장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관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는 역사의 특성을 무시한 채 정부가 획일적인 사고를 주입할 경우의 폐해와 부작용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정권의 구미에 맞게 5년마다 교과서를 다시 편찬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교육현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소모적인 국론분열만 가열될 것이다. 보수 성향 학자들조차 선뜻 국정화에 동의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그 자체가 퇴행이다. 해방 이후 검정체제를 유지하던 한국사 교과서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4년 국정체제로 전환됐다. 이 교과서가 유신체제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데 이용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다 권력 옹호와 획일적 시각 강요 비판이 커지면서 2007년부터 검인정 체제로 전환됐다. 이를 무시하고 다시 국정 체제를 거론하는 것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다. 현재 국사교과서 국정체제를 유지하는 국가가 북한, 러시아, 베트남 정도에 불과한 것을 보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주장인지 알 수 있다.
이념문제를 떠나 교과서의 질이나 학생들의 학습량 부담 차원에서도 국정교과서는 부적절하다. 여러 교과서가 경쟁하는 검정과 달리 제작 과정에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국정체제에서 교과서의 질적 하락은 불가피하다. 한 권의 교과서만 배우게 될 때 지나치게 세세한 내용까지 출제해 입시 부담이 늘어날 거라는 우려도 과거 국정교과서 시절 경험한 바다.
한국사 국정화 시도의 단초가 된 교학사 교과서 채택 무산은 일선 학교의 반발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였다. 일부 검정교과서 좌편향 논란도 정부가 근현대사 비중을 축소하는 내용의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으로 가닥을 잡았다. 더 이상 한국사 국정화를 밀어붙일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지난해 전국의 역사교사 1,034명이 실명으로 반대 성명을 냈고, 여론조사에선 교사 56.3%가 국정화에 반대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동의하지 않는 제도이다. 시대에 역행하고 불필요한 갈등만 촉발하게 될 국정교과서 시도는 하루빨리 접는 게 낫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