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청원 서명에 1000여명 동참
“로스쿨은 갈 수 없지만 법조인이 되고 싶습니다.”
6일 오전11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 한 무리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기자실에 들어섰다. 한참 공부에 열을 올려야 할 시간이지만, 이들은 독서실이 아닌 낯선 기자실에서 법전이 아닌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고시생 모임) 소속인 이들은 “사법시험을 유지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폐지하자는 게 아니라 로스쿨을 갈 수 없는 이들도 법조인이 될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한 해 평균 1,500만원에 달하는 로스쿨 등록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사회 소득 상위 20%에 불과하다”며 “장학금을 주는 특별전형이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득 하위 6.1% 만이 대상자”라고 로스쿨 옹호논리를 공박했다. 약 74%에 해당하는 서민들은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어 법조인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자회견에 나온 한 고시생은 “부모님의 월 소득이 200만원 미만”이라며 “특별전형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등록금을 낼 능력이 안 되는 나 같은 이들이 법조인이 될 방법은 사시가 유일하다”고 실상을 전했다.
고시생들은 ‘사시가 고시낭인을 양산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고시생 모임의 권민식 대표는 “일정한 직업 없이 허랑(虛浪)하게 돌아다니는 사람이 ‘낭인’의 사전적 의미”라며 “목표를 위해 밤낮 없이 노력하는 우리가 단지 경제적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낭인’이라 불린다면, 이 땅의 모든 구직자들이 낭인이란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동참한 나승철(38) 변호사는 “고시낭인이란 용어는 가능성 적은 일에 도전하는 것이 사회적 낭비라는 잘못된 인식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고시생 모임은 이달 중으로 사시 존치를 위한 입법청원을 할 예정이다. 국회청원 서명운동에는 6일까지 1,034명의 고시생이 동참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5건의 사시 존치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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