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남·여 축구대표팀 모두
북한전 결과 따라 우승 여부 갈려
운명의 장난일까. 2015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동아시안컵) 우승컵의 주인공은 ‘민족 대결’을 통해 가려지게 됐다. 동아시안컵에 출전한 남녀축구대표팀은 우승을 놓고 마지막 경기인 북한전에 나선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8일 오후 6시10분 북한과 경기를 치른다. 북한에 승리할 경우 한국 여자축구는 2005년 이후 10년 만에 동아시안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된다.
양팀 감독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윤 감독과 북한의 김광민 감독은 26년 지기다. 둘은 지난 1990년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열렸던 남북통일축구대회 당시 국가대표로 맞대결을 벌였다. 남북통일축구 외에 1989년 중국에서 열린 다이너스티컵과 싱가포르에서 개최됐던 월드컵 예선 등에서도 함께 뛴 경험이 있다. 둘은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을 앞두고 감독으로서 서로를 견제하기도 했다. 두 감독은 불과 1년 만에 다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특히 김 감독은 5일 열린 중국전서 승리한 뒤 “경기는 해봐야 알겠지만, 자신감은 있다”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북한(FIFA랭킹 8위)은 여자축구 강국이다. 한국(17위)보다 FIFA랭킹에서 훨씬 앞서 있다. 한국은 역대 상대전적에서도 1승1무13패로 압도적 열세다. 지난 2005년 대회에서 이긴 것이 유일하다.
한국은 당시와 같이 북한을 누르고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심서연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해결사’ 전가을(26ㆍ현대제철)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8강 진출팀 중국을 1차전에서 물리친 한국은 2차전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분류되는 일본마저 제압했다. 한국(2승, 골득실 +2)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북한(2승, +3)에 뒤진다. 그러나 단판 승부를 벌이는 만큼 한국이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이길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한편 남자축구대표팀은 9일 오후 6시10분 북한과 최종전을 갖는다. 울리 슈틸리케호는 1승1무로 1위에 올라 있다. 북한전서 승리할 경우 2008년 중국 대회 이후 7년 만에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물론 비겨도 우승 가능성은 있다. 일본을 제외한 한국, 북한, 중국 세 개 팀들은 대회 마지막 날 서로의 결과에 따라 우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여자 축구와 달리 남자 축구는 세계랭킹에서 북한을 크게 앞선다. 한국은 52위, 북한은 129위다. 역대 전적에서도 6승7무1패로 한국의 압도적 우세다. 한국은 1990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친선경기(1-2 패) 이후 25년간 한 번도 북한에 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은 2000년대 이후 북한과 벌인 6번의 맞대결에서 1승 5무를 기록 중이다. 최근 15년간의 성적은 엇비슷했다는 얘기다. 야심차게 선보인 ‘김신욱 카드’가 일본전서 사실상 주효하지 못했다 점을 감안할 때 북한전 대표팀 원톱은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24ㆍ상주상무)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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