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추적도 안 한 경찰엔 비난 여론
성폭행 의혹사건에 연루된 심학봉 의원을 수사중인 대구지방경찰청은 5일 오후 ‘불기소의견’으로 사건일체를 대구지검에 송치했다. 심의원이 금품회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모두 부인하고, 설사 사실이더라도 “처벌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다. 하지만 계좌추적 등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봐주기 수사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심 의원은 지난달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호텔 객실에서 알고 지내던 40대 보험설계사 여성을 불러 성폭한 혐의를 받았지만 신고 여성이 성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바람에 경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게 됐다.
경찰은 진술 번복뿐 아니라 CCTV등 객관적 자료와 심 의원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성폭행을 입증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신고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았고, 뒤에 오해를 풀었다”고 진술했다. 심 의원도 경찰조사에서 “강제로 옷을 벗긴 게 아니고 서로의 오해에 의해 빚어진 일”이라며 성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또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달 26일 지인의 중재로 피해자와 만난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빈 것은 맞지만 금품수수 진술은 없었다고 5일 밝혔다. 설사 합의금조로 금품을 건넸더라도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어서 계좌추적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접수한 대구지방검찰청은 기록을 검토한 뒤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무원 범죄 전담수사부서인 형사1부에 배당, 기록검토에 이어 필요하면 피해여성을 소환해 조사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이번 수사가 현역 국회의원을 위한 ‘봐주기’수사로 검찰이 전면적으로 재수사해 성폭행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진술번복 과정이 석연치 않고, 번복하게 된 것도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이 작용했을 수 있는 만큼 무언의 압력이나 금품수수 여부 등을 철저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심 의원의 지역구(구미 갑)인 경북 구미에서는 구미YMCA와 구미참여연대가 공동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성폭행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술에 취해 집요하게 배우자가 아닌 여성을 호텔로 불러들였고, 성관계가 있었다면 국회의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자숙의 길을 가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구미경실련도 지난 4일까지 구미 심의원 사무실 앞에서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다가 사무실을 폐쇄하자 중단했다.
전북도의회와 전주시의회 여성의원들로 구성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여성위원회도 5일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의 성폭력 범죄 의혹을 경찰은 철저하게 재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폭행 혐의가 있는 심 의원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의원직을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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