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원더걸스(JYP엔터테인먼트)와 빅뱅(YG엔터테인먼트), 소녀시대(SM엔터테인먼트). ‘가요계 빅3 기획사’의 간판 그룹들이다. 이 세 팀이 이달 맞붙는다. 지난 3일 3집 ‘리부트’를 낸 원더걸스를 시작으로, 5일 빅뱅이 미니음반 ‘E’를, 이달 중순에는 소녀시대가 새 음반을 내고 활동을 이어간다. 보기 드문 가요계 빅매치다. 가요 관계자들 사이 “8월대전”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가요계 빅3’의 음원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하루 차이로 새 음반을 낸 원더걸스는 ‘아이 필 유’로, 빅뱅은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로 멜론 등 온라인 음원 차트 1위를 발매 당일 각각 차지하며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가요계 빅3’사이 자존심을 건 음악프로그램 방송 1위 전쟁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최대 격전지는 세 팀이 모두 출연하는 SBS ‘인기가요’다. 한 가요 기획사 대표는 “세 그룹 모두 각 회사의 간판 그룹들이라 무대 순서를 비롯해 1위에 대한 세 회사의 신경전이 대단할 것”이라며 “음악방송 제작진의 고충이 상당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데뷔 시기가 비슷한 세 그룹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하반기 이들의 대결이 처음으로 주목 받았다. 빅뱅은 ‘거짓말’로, 원더걸스는 ‘텔 미’로 큰 인기를 누리며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다. 세 팀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건 ‘텔미 신드롬’을 일으켰던 원더걸스다. 하지만 상황은 변했다. 데뷔 당시 빅뱅과 원더걸스의 성공을 한 발 뒤에서 지켜봐야 했던 소녀시대가 2009년 ‘지’의 성공으로 단숨에 ‘국민 걸그룹’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8년이 지난 뒤 벌어지는 세 그룹의 승부결과는 어떻게 달라질까. 원더걸스는 팀의 가장 큰 특색인 1980년대 복고 음악(‘아이 필 유’)으로 친숙함을 줬지만, 네 멤버가 악기를 들고 나와 ‘노바디’ 등에서 보여줬던 춤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다. 빅뱅은 GD&탑의 ‘쩔어’ 등 개성 강한 힙합 음악으로 그룹만의 자유로움을 뽐냈지만, 개성이 너무 강한 음악 탓에 ‘붉은 노을’ 처럼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기는 쉽지 않다. 소녀시대는 강렬한 비트가 특징인 ‘유 씽크’란 곡을 내세워 카리스마 있는 ‘칼군무’를 보여줄 예정인데, 얼마나 대중성 있는 멜로디를 지닌 곡인가가 이번 활동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각 사의 1세대 아이돌 격인 세 그룹의 이번 활동 결과는 가요계 현 유행과 아이돌의 활동 방향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며 “청취자 뿐 아니라 음반 제작자에게도 큰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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