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숨진 버스기사에게 회사도 30%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2단독 정회일 판사는 고속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다 숨진 A씨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는 3,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모 고속버스 회사에서 10여년 간 운전기사로 일하던 중 2009년 1월 사망했다. 사망 당일 새벽 많은 눈이 내리는 가운데 서울에서 대구까지 심야 고속버스 운행을 한 A씨는 오전 5시 30분쯤 퇴근했다. 잠깐 눈을 붙인 그는 낮 12시쯤 외출했다가 쓰러져 다신 일어서지 못했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추정됐다.
A씨는 사망 전 10일 전부터 하루 11시간 40분, 10시간 36분, 12시간 34분 등 3일 연속으로 이 회사 단체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정규 근로시간을 초과해 운전했다. 단체협약에는 승무직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하루 10시간, 한 달에 20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씨의 평균 근로시간은 하루 8∼12시간, 한 달에 20∼23일 정도였다. 특히 사망 4일 전에는 12시간 16분, 2일 전에는 11시간 45분 동안 운전했다. A씨는 사망 15일 전부터 가슴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A씨의 동의를 받고 초과근무를 하게 한 것이라며 고의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판사는 “회사는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업무 부담을 경감하는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판사는 다만 “A씨 스스로 건강상태를 살피고 과중한 업무 지시를 받으면 사용자에게 자신의 상태를 적극 알리는 등 건강을 도모했어야 함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연장근무를 계속한 정황이 있다”며 A씨의 과실을 70%, 회사의 책임을 30%로 판단했다.
유족은 앞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임을 인정받아, 공단으로부터 유족연금과 장례비를 지급받았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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