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피폭자 3, 4세대 2만여명… 절망 대물림 끊어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피폭자 3, 4세대 2만여명… 절망 대물림 끊어야

입력
2015.08.05 16:14
0 0

"원폭 피해자ㆍ후손 실태 파악 안돼… 정부 차원 유전질환 대책 등 시급"

연암 스님은 올해 합천 비핵평화대회에서는 피폭 1세대들이 "원폭 투하 당시 사격장에 시신이 즐비한 모습, 강이 끓는 모습 등을 생생하게 표현"한 난장을 벌인다고 말했다. 합천=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연암 스님은 올해 합천 비핵평화대회에서는 피폭 1세대들이 "원폭 투하 당시 사격장에 시신이 즐비한 모습, 강이 끓는 모습 등을 생생하게 표현"한 난장을 벌인다고 말했다. 합천=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광복 70년을 맞았지만 조국은 70년째 원폭피해자를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절망을 대물림 하며 사는 피폭자들에게 역사는 그 긴 시간 동안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거지요.”

‘합천 평화의 집’운영위원장 연암 스님은 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 ‘원폭피해자협회’라는 단체를 등록했지만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는 물론 진상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며 이렇게 말했다. ‘합천 평화의 집’은 원폭 피해자 인권과 복지를 위해 위해 2010년 3월 개원한 민간시설이다. 연암 스님은 초대 원장을 맡은 뒤 지금은 운영위원장으로 원폭 피해자 지원 활동을 펴고 있다.

‘합천 평화의 집’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일인 6일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70주기 한국인 원폭 희생자 추모대회’를 연다. 이에 앞서 5일부터 ‘원폭 피해자,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의 ‘2015 합천 비핵ㆍ평화대회’를 시작했다. 매년 7만 여명에 이르는 원폭피해자들을 기리는 추모제와 함께 원폭 문제의 평화적 승화를 위해‘원폭 피해자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황강 공원 등 합천 곳곳에서 행사를 열어 왔지만 올해는 전후 70주년이라 의미가 각별하다.

이번 대회는 절망을 대물림 하며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삶에 공감하고 국내 피폭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 그를 위해 원폭피해자들을 기억하는 비핵ㆍ평화 영상회의와 비핵ㆍ평화난장공연, 어린이와 함께하는 한마당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비핵ㆍ평화 난장에서는 원폭 피해자 1세대들이 원폭 투하 당시의 상황 등을 그린 그림 40여점을 전시 당시의 참상을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다. 연암 스님은 “원폭 투하 당시 사람들이 놀라 달아나는 모습과 사격장에 시신이 즐비한 모습, 강이 끓는 모습 등을 피폭 1세대들이 1년여에 걸쳐 생생하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합천일까. 연암 스님은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잇따라 원자폭탄이 터져 70만여명이 피폭해 23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 중 한국인도 7만여명이 피폭해 4만여명이 숨졌다”며“피해자들 중 합천 출신자들의 많았고 이들이 해방 후 귀향하면서 합천이‘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암 스님은“해방 직후 원폭피해자 2만3,000~3만3,000명이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현재 생존자는 2,500여명으로 줄었다”며“피폭 1세대는 물론 2, 3, 4세대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는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말했다. 그는“피폭 1세대들은 2,645명으로 추정되고, 2세대는 7,000~8,000여명, 3, 4세대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2만~3만명은 된다고 본다”며“원폭 피해자들의 유전질환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암 스님은“2003년 자신이 원폭 피해자라고 처음 커밍아웃한 고 김형률씨를 만나면서 원폭 피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해 2009년 활동가들과 함께 합천 지역을 순례하면서 원폭 피해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며 “이 분들의 쉼터 및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불교계를 중심으로 6개월 모금을 통해 평화의 집을 개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합천 평화의 집’은 추모 행사와 비핵평화대회 이외에도 원폭 피해자 특별법 제정운동, 원폭 피해자 및 후손을 위한 심리치유 서비스 프로그램 운영, 원폭자료관 건립 추진 운동, 원폭 피해 2세를 위한 복지센터 건립 추진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암스님은“피폭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심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올해야말로 70년간 대물림 돼온 피폭의 고통이 희망으로 바뀌는 시발점이 되도록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합천=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