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계속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94)의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아흔이 넘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꽉 틀어쥐고 있다가 두 아들의 사활을 건 경영권 싸움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2월 신동빈 당시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신격호 당시 회장을 위해 '명예회장' 대신 '총괄회장'으로 명명했다. ‘명예'라는 단어는 현역 은퇴를 뜻하는 느낌을 풍기기 때문에 찾은 대안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그룹을 총괄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국내 재벌기업에선 낯선 총괄회장 직함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에도 신격호 총괄회장은 하루에 길게는 2시간가량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보고를 직접 받고, 숙원으로 알려졌던 제2롯데월드 타워동 건설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3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머무는 소공동 롯데호텔을 찾은 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회사 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우리보다 더 건강하다"며 "100살 더(넘어서도) 살 거다. 본인은 110살까지 산다 그런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최근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롯데홀딩스 이사진 6명을 구두로 해임한 것 역시 그가 절차를 몰라서가 아니라 지금껏 그가 의사결정을 하고 지시하면 실무진이 사후에 여기에 맞는 절차를 밟는 방식으로 롯데의 경영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회장의 그룹내 주요 계열사 지분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제대로 후계자를 제대로 지목하지 않고 갑자기 사망할 경우 엄청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아들들도 환갑인데 아버지 말 한마디에 지금까지 쌓아놓은 것을 다 내놔야 하는 상황이라면 갈등이 안 생길 수 있겠느냐"며 "지금에야 분쟁이 생긴 것은 단지 (신 총괄회장이)좀 더 기력이 왕성하실 때 싸웠다면 둘다 불호령을 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송진현 기자 jhsong@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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