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생각보다 너무나 잘해주고 있다."
소속팀의 신인왕 후보들을 바라보는 사령탑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예상치 못한 맹활약에 수장들도 즐겁다.
올 시즌 신인왕 후보로는 삼성 구자욱(22)과 넥센 김하성(20)이 꼽히고 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유망주'에 머물렀던 둘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휘저으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서로 좋은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게 의미가 있다. 김하성과 구자욱 모두 신인왕다운 성적을 올리면서 경쟁을 하고 있다. 서로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뛰어난 경쟁자가 있다는 건 스스로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더욱 자극을 받고 분발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인왕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둘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구자욱은 5일까지 타율 0.350, 9홈런 48타점으로 타율 3위에 이름을 올리며 남다른 타격 재능을 뽐내고 있다. 지난달 3일 LG전부터 5일 수원 kt전까지 23경기 연속 안타 행진까지 벌이면서 1987년 이정훈(빙그레)이 세운 1군 데뷔 시즌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넘어섰다. 여러 포지션의 수비를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는 올해 1루와 3루, 중견수, 우익수 등 이미 4개의 포지션으로 나섰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구자욱이 생각보다 잘 버텨준다"며 미소 지었다.
수비가 가장 까다롭다고 꼽히는 유격수 자리에 안착한 김하성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넥센은 지난해까지 유격수를 맡았던 강정호(피츠버그)가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김하성의 맹활약은 강정호의 공백을 지워냈다. 공격에서도 타율 0.285, 14홈런 55타점을 올리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염경엽 감독은 "기대 이상으로 해주고 있다"며 김하성을 칭찬했다.
물론 구자욱과 김하성 모두 이제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올 시즌 보여준 가능성보다 더 큰 모습을 그려야 한다. 류중일 감독이 "더 분발해야 한다"고 채찍질을 하는 이유다.
류 감독은 "나도 신인 때 신인왕을 받지 못했는데 한 번도 아쉬웠던 적은 없다"고 돌아봤다. 류중일 감독은 1987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곧바로 주전 유격수를 꿰차며 타율 0.287를 올리는 등 활약했지만 빙그레 이정훈에게 밀려 신인왕에 실패했다. 류 감독은 "MVP면 몰라도 신인왕을 못 받아 아쉬운 건 아닌 것 같다"며 "또 개인 타이틀을 한 번도 따내지 못한 건 정말 아쉽더라"고 입맛을 다셨다. 신인왕 경쟁을 넘어 더 큰 선수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사진=삼성 구자욱(왼쪽)-넥센 김하성.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