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커리어 그랜드슬램(통산 4개 메이저대회 석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정복한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이제는 역대 최고의 남자 골퍼 타이거 우즈(39·미국)와 비교되고 있다.
미국의 유력 뉴스전문채널 CNN은 4일(한국시간) LPGA 투어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박인비를 조명하는 기사에서 그와 우즈의 메이저대회 우승 페이스를 언급했다. CNN은 "박인비는 최근 14개 메이저대회에서 6승을 거뒀다"며 "우즈 다음으로 가장 어린 나이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인비는 안니카 소렌스탐이 현대 골프에서 세운 메이저대회 10승에 3승만을 남겨 놓고 있다. 1937-58년 페티 버그가 세운 메이저대회 15승(역대 1위) 기록에도 8승밖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박인비가 역대 최고의 여자 골퍼가 될 가능성을 진지하게 논한 셈이다.
박인비가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선 3일 미국프로골프(PGA)는 공식 트위터에 "챔피언 박인비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조던 스피스(22·미국) 등 내로라 하는 미국남자골퍼들의 소식을 주로 다루는 PGA 트위터에 여자 선수로서는 드물게 박인비의 사진이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채널은 매주 선수들의 활약상을 주가의 오름세와 내림세에 비유해 돌아본다. 5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박인비는 주가가 한 주 만에 8%포인트나 상승한 '급등주'로 평가 받았다. 매체는 박인비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메이저대회 7승을 올린 박인비는 이미 현대 여자 골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고 설명했다.
우즈에 대해서는 주가가 1%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PGA 퀴큰론스 내셔널에서 공동 18위(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를 기록, 최근 부진에 비해 선전한 까닭이다.
박인비가 이른 나이에 엄청난 업적을 쌓고 있는 데는 그의 강인한 정신력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박인비는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라는 별명처럼 그는 경기 중에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음걸이도 차분하다. 갤러리가 환호하면 손을 들어 보이는 게 전부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오늘의 '골프여제' 박인비를 탄생시켰다. 2013년 세계랭킹 1위에 오르고 시즌 메이저대회 3승을 휩쓴 그때도 박인비는 선배 최경주의 자서전을 읽으며 부풀어 오르는 자만심을 추슬렀다고 한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는 '세계랭킹 1위'라는 우쭐해할 만한 위치에서도 선배, 남편, 부모로부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영감을 구하려 애썼다. 박인비가 '골프천재'가 된 비법이다.
사진=박인비(왼쪽, LPGA 홈페이지)-타이거 우즈(페이스북).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