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네이버의 실시간 방송 서비스 'V' 앱이 출시됐다. 앱의 성격을 간단히 정리하면 24시간 내내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과 관련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거다. 때론 아이돌의 1인 방송이 나오면서 그들의 일상이 등장하기도 하고, 콘서트나 쇼케이스 비하인드가 올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것이 모두 자체 제작 콘텐츠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그룹 위너와 아이콘이 함께 출연한 쇼를 만들거나, 원더걸스 쇼케이스는 모두 네이버를 위한 단독 콘텐츠들이다. 'V' 출시 이전까지는 이런 것들이 특정 가수들의 컴백 때 진행되는 방식이었다면, 'V'는 이런 모든 활동을 한 플랫폼에 넣고 24시간 내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이돌과 관련된 콘텐츠는 거의 모든 매체에서 나오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독점적으로, 한 채널에서, 24시간 내내 아이돌과 관련된 콘텐츠가 나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빅뱅의 팬이라면 빅뱅과 관련된 콘텐츠를 끊임없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콘텐츠 공급자가 네이버다. 한국인이 가장 쉽게 접근하는 포털 사이트에서 국내에서 인기있는 아이돌들은 거의 모두 모아서 24시간 내내 영상을 제공하는 것은, 어떤 음악채널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당장 'V'에 서비스된 동영상에는 수많은 외국어 리플들이 달려 있다. 해외의 K-POP 팬들에게 하루 종일 모바일 기기로 좋아하는 아이돌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다. 현재 K-POP처럼 여러 나라에 팬을 가진 한국의 문화 장르는 없다. 방탄소년단이 칠레에서 6천석 이상의 공연을 하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일본 시장에 안착했고, 계속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네이버에게 아이돌은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일 수 밖에 없다. 국내외에 끊임없이 자신들을 홍보해야 하는 아이돌 역시 플랫폼이 많을수록 좋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일들. 아이돌의 뮤직비디오, 쇼케이스 등은 이제 아예 TV를 거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아이돌 회사들은 더욱더 전 세계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데뷔를 앞둔 아이돌은 우선 'V'에 발을 들이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이다. 이것은 아이돌 산업에 있어서는 또 한번의 큰 변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열성적인 팬들의 숫자가 매출과 직결되는 아이돌 산업은, 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했다. 연예 전문 매체들이 생기고 상업방송 SBS가 생기면서 10대 위주의 음악 프로그램들이 힘을 받았고, 그 때 아이돌 그룹들이 음악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케이블 TV가 생기면서는 아이돌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뮤직비디오와 리얼리티 쇼 등 아이돌의 모습을 더욱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그 자리를 채웠고, 그만큼 아이돌의 비중이 높아졌다. SNS의 시대가 본격화된 뒤에는 아이돌의 사진, 영상, 그들이 올리는 글들까지 모두 실시간으로 소비되면서 전세계로 퍼진다.
'V'는 이런 흐름들을 앱 하나에서 모두 소화하는 것이고, 그만큼 전세계의 K-POP팬들이 동시에 반응할 수 있다. 이것이 어느 정도 지속되면 전세계 팬들의 요구가 유의미한 데이터로 쌓이고, 동시에 아이돌을 제작하는 회사에서는 그들을 만족시킬 콘텐츠를 더욱 다양하게, 끊임없이 만드는 상황이 될 것이다. 산업의 제작방식과 성공의 룰이 또 달라지는 시점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아이돌 산업에 어떤 미래를 가져다 줄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일단 아이돌과 관련된 회사들은 'V'와 계약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거기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아이돌은 24시간 내내 '네이버'를 통해 노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강명석 '아이돌피디아' ▶ 시리즈 모아보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