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1번 타자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출루다. 안타나 4사구로 어떻게든 살아나가 찬스를 중심 타선에 연결해야 한다. 더구나 빠른 발로 많은 베이스를 훔치면 점수는 더욱 쉽게 날 수 있다.
NC 박민우(22)는 톱타자로서 완벽하다. 잘 치고 잘 달린다. 4일 현재 도루는 35개로 1위. 타율(0.316)과 안타(111개), 출루율(0.403)로 리그 상위권이다. '풀타임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박민우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1번 타자가 찬스에도 강하다. 박민우는 득점권 타율이 0.424(59타수25안타)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가장 높다. 그 뒤를 한화 김태균(0.400), SK 이재원(0.398), 삼성 박석민(0.392), 롯데 짐 아두치(0.383) 등 각 팀 중심 타자들이 잇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박민우는 지난 시즌에도 득점권에서 타율 0.380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나성범-테임즈-이호준으로 이어지는 막강 클린업 트리오에 리드오프 박민우까지 클러치 능력을 갖고 있으니 NC 타선은 쉬어갈 곳이 없다. 7~9번 하위 타선에서 넘어온 찬스를 박민우가 해결하고, 클린업 트리오도 뒤에 버티고 있어 '빅 이닝'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지난 4일 잠실 LG전에서도 1회초 공격 때 선두 타자 박민우가 볼넷으로 출루한 다음 3번 나성범과 5번 이호준이 1타점씩을 올렸다. 분위기를 탄 NC는 4점을 더 냈고 박민우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왔다. 박민우는 2사 2루 득점권에서 중전 안타로 1타점을 올렸다. 1회부터 타자일순한 NC는 무려 7점을 뽑는 빅 이닝을 만들었다.
박민우는 득점권 타율이 높은 비결에 대해 "막강한 클린업 트리오가 있으니까 상대가 아무래도 1, 2번 타자에게 승부를 걸려고 한다"며 "쉽게 맞혀 잡으려고 들어올 때 좀 더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김광림 NC 타격코치는 "(박)민우가 경험이 쌓이면서 노림수가 좋아졌고, 타석에서 여유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박민우가 득점권에서 무조건 주자를 불러들이기 위한 타격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한다. 경기 초반 무사 2루 또는 1ㆍ2루라면 진루타에 초점을 맞추고 후반부라면 직접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선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건 득점권에서 타율이 높은데 타점은 24개(시즌 총 타점은 27개)로 적다는 점이다. 득점권에서 친 안타가 25개인 것을 감안하면 안타 1개당 평균 1타점이 안 된다. 박민우는 "내가 타석에 서면 상대 외야수들이 전진 수비를 한다. 발이 느린 2루 주자라면 홈에 못 들어온다"며 웃어 보였다.
사진=NC 박민우.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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