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석달 수익률 12%로 압도적
세계 공장 중국 대체 가능성 매력
모디 총리 친시장 정책에 자금 몰려
외환보유고 증액… 시장 체질 강화
인도 펀드가 독야청청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증시가 일제히 가라앉은 가운데서도 홀로 선전하며 국가별 펀드 중 최고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올 들어 해외투자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중국 펀드가 6월 이후 주가 급락으로 휘청대는 사이 인도 펀드가 저금리 시대 고수익 투자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4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인도 주식형 펀드는 최근 1개월 간 4.33%, 3개월 간 12.39%의 평균 수익률을 거뒀다.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을 낸 신흥국 펀드는 물론이고, 미국(1개월 1.66%, 3개월 2,11%), 일본(0.10%, 4.02%) 등 선진국 펀드에 비해서도 월등한 성적이다. 개별 상품 중에선 최근 한 달 동안 5% 넘는 수익을 거둔 인도 펀드가 삼성인디아(7.95%), 이스트스프링인디아(5.86%), 피델리티인디아(5.73%) 등 5종에 이른다. 수익률 급등에 올초 2,890억원 수준이던 펀드 설정액도 3,330억원대로 불어나는 등 인도 펀드로 돈이 몰려드는 추세다.
인도 펀드의 인기는 세계적이다. 인도는 신흥국 증시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외국계 자금 유출 흐름에서 벗어난 거의 유일한 국가다. 국제금융센터가 신흥아시아 7개국(한국 인도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을 상대로 최근 4주 간(7월2~29일) 외국인 주식자금 동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18억7,500만달러), 대만(16억300만달러) 등 5개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 반면, 인도에는 8조7,100억달러가 유입됐다. 베트남(1,900억달러)도 순유입국이지만 유입 규모가 인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인도 증시에 투자금이 몰려드는 것은 인도 경제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서 비롯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친(親)시장을 표방하며 지난해 5월 취임한 모디 총리의 경제개혁 정책, 이른바 ‘모디노믹스’의 성과에 거는 기대가 높다. 최석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모디 정부가 고용 개선을 위해 정보통신(IT), 제약ㆍ바이오 등 제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을 추진하면서 생산증가율 개선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기업의 공장 설립 등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면서 인도가 중국을 대신할 ‘세계의 공장’으로 등극할 것이란 전망도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인도 최대 산업인 농업 생산량과 직결되는 강우량 부족 우려가 해소된 점, 2분기 기업 실적이 호조를 보인 점은 단기적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한층 안정된 금융시장 상황도 인도의 강점으로 꼽힌다. 오규찬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팀장은 “인도 증시는 산업구조가 잘 분산돼 있고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아 안정적”이라며 “중소형주, 금융ㆍ통신주를 중심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에 나설 만하다”고 분석했다. 2011~2013년 유로존 위기, 미국 양적완화 종료 등을 거치며 통화(루피) 가치가 50%나 폭락할 만큼 취약했던 외환시장도 외환보유액 증액 등을 통해 체질이 강화됐다.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가팔라진 달러 강세 흐름 속에도 5~7월 석 달 동안 달러 대비 루피화 환율은 태국(0.69%)의 6분의 1 수준인 0.11% 하락에 그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 방지에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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