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앞둔 슈틸리케호 고공 훈련
일본 장신 선수들 180cm 초반
196cm 김신욱 제공권 장악에 기대
“한ㆍ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원톱’ 공격수 김신욱(27ㆍ울산 현대)이 지난 3일 중국 우한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일본전을 앞둔 그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숙적과 상대한다는 것 외에도 자신이 ‘승부의 키(Key)’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신욱이 맡아야 할 제공권 싸움이 한ㆍ일전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울리 슈틸리케(61ㆍ독일) 대표팀 감독은 5일 오후 7시20분(한국시간)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선수권대회(동아시안컵) 일본과 2차전에서 장신(196cm)의 김신욱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일본 선수들의 평균 키가 대체로 작은 탓이다. 일본은 2일 북한과 동아시안컵 1차전서 높이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당시 일본은 후반 21분까지 1-0으로 북한에 앞섰다. 그러나 일본은 이후 키 2m에 가까운 상대 장신 공격수 박현일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박현일은 후반 중반 이후에만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북한에 2-1 짜릿한 역전승을 선사했다.
일본은 센터백의 키가 180cm대 초반에 불과하다. 미즈모토 히로키(감바 오사카)와 모리시게 마사토(FC도쿄)가 각각 183cm, 마키노 도모아키(우라와 레즈)가 182cm, 니와 다이키(산프레체 히로시마)가 180cm다. 높이에서 김신욱과 무려 15cm 내외로 차이가 난다. 김신욱 대신 186cm의 이정협(25ㆍ상주 상무)이 투입된다고 해도 한국은 제공권에서 유리한 싸움을 전개해 나갈 수 있다.
한국은 상대의 최대 약점인 높이를 공략해 초반부터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중국과 대회 1차전에서 승리한 슈틸리케호가 2연승을 거두기 위해서는 김신욱을 활용한 공격이 필요하다.
3일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이뤄진 대표팀 훈련은 김신욱의 머리를 이용한 공격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카를로스 알베르토 아르무아 대표팀 코치는 대회 전부터 ‘김신욱 활용법’에 대해 고민해왔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김신욱이 경기 중 골문 근처에서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도록 특별한 동작을 주문했다. 김신욱은 최전방에 자리를 잡고 좌우에서 날아오는 크로스를 상상하며 골대 앞으로 전진하는 훈련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일본전 승리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다. 구성윤(21ㆍ콘사도레 삿포로), 김민혁(23) 김민우(25ㆍ이상 사간 도스), 이용재(24ㆍV바렌 나가사키), 정우영(25ㆍ빗셀 고베) 등 대표팀에는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소속 선수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 일본 축구를 현지에서 경험한 이들이 일본전에 대거 기용될 경우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두 명장 슈틸리케 감독과 바히드 할리호지치 일본 대표팀 감독의 지략 싸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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