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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경원선

입력
2015.08.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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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병탄 4년 후인 1914년 9월16일 강원 원산역에서 경원선 전구간 개통식(전통식)이 열렸다. 빛 바랜 당시 기념사진을 보면 증기기관차 정면에 대형 일장기가 걸렸고 외교사절이나 기술진으로 보이는 서양사람들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 용산에서 철원을 거쳐 원산에 이르는 222.7㎞ 경원선은 경인선(1900.11), 경부선(1905.1), 경의선(1906.4), 호남선(1914.1) 개통에 이은 한반도 5번째의 기간 철도 개통이었다. 1928년 9월 원산과 함경도 북단 상삼봉(上三峰)을 잇는 함경선이 개통돼 한반도의‘X’자 철도망이 완성됐다.

▦ 경원선은 1931년7월 철원에서 내금강을 잇는 금강선 개통으로 승객이 늘었지만 연변 산업 부진 탓에 운송실적이 저조했다. 그러나 함경선과 이어져 대륙으로 접속돼 산업ㆍ군사적 중요성이 일찍부터 주목 받았다. 부설권을 얻으려고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열강들이 각축을 벌인 이유다. 그에 맞서 대한제국 정부는‘철도와 광산 경영은 일체 외국인에게 불허한다’는 원칙 아래 독자 건설과 직영 철도주권을 지키고자 했지만 일제는 을사늑약 전후 경원선 부설권을 빼앗았고, 1910년 초 측량 및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 추가령 지구대(地溝帶)를 따라 건설돼 지형적 장애는 비교적 적었으나 험준한 철령 구간은 난공사였다. 더욱이 경술국치 직후라 민간인 저항과 의병들의 습격이 심했다. 일본인 측량대가 일본 헌병대의 보호 아래 한복을 입고 겨우 측량을 마쳤을 정도였다. 인부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철도부설과 망국을 동일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개통 후도 일제가 군사용 주로 이용해 망국민들 눈에 곱게 비치지 않았을 터다.

▦ 그러나 지금 끊어진 남북 혈맥을 잇고 대륙 진출의 원대한 꿈을 꾸는 우리에게 경원선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5일 백마고지역에서 월정리에 이르는 9.3㎞ 남쪽 1단계 구간 복원공사 착공은 그래서 뜻 깊다. 문제는 북측의 호응이다. 남북관계가 최악인 상태여서 북측구간까지 연결은 요원하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일부 복원이 이뤄진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는 다시 녹슬어가고 있다. 지금은 남북당국 사이에 끊어진 신뢰의 철도를 튼튼한 왕복 차선으로 복원하는 게 보다 시급하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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