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명 속여 159억 갈취 일당
내연녀에 5억 뜯은 60대 적발
중국과의 인연을 내세워 거액을 갈취한 사기범들이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중국 골동품 업체 투자를 미끼로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고모(45)씨와 안모(52)씨를 구속하고, 김모(57)씨 등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금융다단계 조직을 만든 고씨 일당은 올해 4월까지 전국을 돌며 투자설명회를 열어 “중국의 문화예술품 거래업체 주식에 최소 390만원을 투자하면 5개월 뒤 1,470여만원을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꼬드겼다. 또 먼저 가입할수록 상위 사업자가 돼 더 많은 수익금을 받을 수 있고 투자금액과 모집 회원수 등에 따라 등급을 부여해 수당을 차등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수법으로 투자자 1,500여명을 속여 159억여원을 받아 챙겼다.
하지만 이들이 투자처로 소개한 업체는 지난해 9월 불법자금 모집 혐의로 업체 대표 등 관계자 6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폐쇄된 중국 업체의 온라인 홈페이지를 한국 도메인으로 바꿔 정상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꾸몄다”며 “중국 은행으로 송금한 금액이 219억원으로 확인돼 피해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경찰서도 이날 자신을 중국 재벌 2세라고 속여 연인관계로 지냈던 여성으로부터 5억2,000만원을 뜯어낸 이모(64)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해 2월 박모(52ㆍ여)씨를 알게 된 후 고급 승용차를 운전하고 고가 의류를 입고 다니며 중국 재벌 2세 행세를 해 환심을 샀다. 사실 이씨는 변변한 직업조차 없었지만 “상속재산 210조원을 국내로 반입하기 위해 청와대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고위 공직자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는 말로 거액을 가로챘다. 그는 “상속재산을 국공채로 전환해 25%에 해당하는 37조5,000억원을 사례금으로 주겠다”며 박씨를 현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박씨가 노후에 대비해 건물을 팔아 마련한 돈 전부를 현금으로 인출해 일부를 도박과 유흥비로 탕진했다”며 “나머지 피해금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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