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경제학회는 1일(미국 현지시간 지난달 31일) 별세한 고(故) 김수행(73)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분향소를 설치ㆍ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 지하1층에 설치되는 분향소는 4~7일 나흘간 운영된다. 분향 시간은 오후 2~9시다. 4일 오후 2시 첫 추모예배를 시작으로 매일 오후 7시 예배가 열린다.
고인은 지난달 24일 아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 유타주로 향했다가 일주일 뒤 현지에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장례는 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에서 치러지며 학회와 성공회대 측은 장례를 마친 뒤 고인을 한국으로 옮겨 학교장 또는 사회장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출간 당시 불온도서였던 ‘자본론’을 국내에 처음으로 완역해 선보인 고인은 정치경제학의 연구기반이 척박한 국내에서 비주류를 자처하며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토대를 일궈온 학계의 거목이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ㆍ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69년부터 외환은행에서 근무하다 런던지점 파견을 계기로 진로를 바꿔 런던대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한신대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근무했다.
당초 서울대의 동료교수들은 그의 임용을 반대했지만, 고인으로부터 경제학을 배우고자 하는 대학원생들이 수업거부와 농성을 불사하며 “정치경제학 전공자를 영입해달라”고 호소해 학교 측이 손을 들었다. 고인은 임용 직후 “잡아갈 테면 잡아가라”며 번역해 펴낸 ‘자본론’ 1권을 시작으로 90년 3월까지 3권을 완역했다. 금서 ‘자본론’이 국내에서도 고전으로 자리잡은 순간이다.
19년 만에 그가 정년퇴임하던 2008년 2월 전후로는 학교 측이 후임으로 일반경제학 전공자를 뽑기로 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명맥이 끊길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고인이 “자본주의가 우리를 ‘천년왕국’으로 인도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오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효용가치가 사라졌다는 단정은 잘못”이라고 우려했지만, 결국 그는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가르친 처음이자 마지막 교수가 됐다.
퇴임 후에도 정력적으로 연구, 활동한 고인은 저서 ‘알기 쉬운 정치경제학’, ‘자본론의 현대적 해석’,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세계대공황’, ‘자본론 공부’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 등과 번역서 ‘자본론’, ‘국부론’ 등을 남겼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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