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감사 통해 커넥션 파악했지만 아무런 후속 조치 없이 유야무야
포스코가 내부감사에서 동양종합건설에 특혜를 제공하고, 이 과정에 그룹 수뇌부가 개입된 사실을 파악하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포스코와 동양종건의 유착 관계를 캐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돼 코너에 몰린 검찰로선 이 부분 수사 진척이 5개월째로 접어든 포스코 비리의혹 수사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3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재임 시절(2009년 2월~2014년 3월), 동양종건이 포스코 본사 및 포스코건설로부터 해외 공사를 집중 수주한 데 대한 포스코 감사실의 자체 보고서를 확보했다. 동양종건은 포스코의 오랜 협력업체로 국내 공사만 수주했으나 정 전 회장 취임 이후 굵직한 해외공사를 따내기 시작했다. 마하랴슈트라 CGL(아연도금강판) 플랜트와 첸나이 철강제품 가공공장 ‘포스코-ICPC’ 등 인도 사업은 물론,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의 일관제철소 건설공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당시 포스코에는 “동양종건에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 비리가 있다”는 취지의 투서가 쏟아졌다고 한다.
이후 포스코 감사실은 자체 감사에 나섰고, 관련 직원들한테서 “동양종건에 해외 사업을 맡긴 것은 ‘윗선’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진술은 포스코의 공식 감사보고서에도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제의 윗선이 정 전 회장 또는 정 전 부회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시 감사실은 또, 정 전 부회장이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공사와 관련해 “동양종건에 지급한 선급금을 계약규정에 따라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직원에게 “그냥 넘어가지 않으면 인사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한 사실도 파악했다. 포스코 고위층이 ‘적극적으로’ 동양종건의 편의를 봐 준 정황이 드러난 셈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해당 감사는 아무런 후속 조치도 남기지 못한 채 유야무야 됐다.
검찰은 특혜가 제공되고 관련 감사마저 묵살된 배경에는 배성로(60) 전 동양종건 회장의 ‘힘’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구경북(TK) 지역의 실력자로 알려진 배 전 회장은 이명박(MB)정부의 실세들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정 전 부회장과도 오랜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MB정부 시절, 곧 ‘정준양ㆍ정동화’ 체제 포스코에서 배 전 회장의 위상은 ‘을’이 아니라 ‘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의 2차 영장에 이와 같은 동양종건 관련 특혜제공(배임) 혐의까지 추가, 영장 발부를 자신했으나 또 다시 기각되자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면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현재로선 배 전 회장 조사결과가 향후 포스코 비리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성과 없이 기업 수사를 계속 끌 경우 비판 여론만 커질 수 있는 만큼 검찰의 행보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배 전 회장 소환 때까지 ‘정준양-정동화-배성로’의 3각 커넥션을 규명하는 쪽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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