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ㆍ제도 개편을 둘러싼 여야 이견이 너무 크다. 이대로라면 합리적 절충을 기대할 수도 없거니와, 시한에 쫓긴 나머지 대강의 짜깁기로 역대 최악의 누더기 선거구ㆍ제도를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국민적 우려를 덜고, 모처럼의 정치개혁 기회를 완전히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여야가 기본시각부터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일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지역구 의원 수가 늘더라도 비례대표를 줄여 지금의 300석을 유지하자는 게 우리 당의 일반적인 생각”고 밝혔다. 그는 “의원정수 확대는 어떤 꼼수의 명분을 달아도 불가능하다”고 야당을 비난했지만, 스스로의 꼼수까지 함께 드러낸 누워 침 뱉기다.
현재 3대1인 선거구 인구 편차를 2대1로 좁히라는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명령에 따르려면 인구하한선을 50% 끌어 올리거나 인구상한선을 50% 낮추는 방안, 또는 하한선과 상한선을 동시에 각각 33%씩 조정하는 방안을 떠올릴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선거구는 농촌지역에서 줄고, 도시에서 늘어나지만 어떤 방안을 택하느냐에 따라 지역구 의원 숫자는 달라진다. 상한선 인하에 초점을 맞추면 지역구 의원이 현재의 246명에서 적잖이 늘지만, 거꾸로 하한선 인상에 치중하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늘어날 경우만 상정한 것은 여당이 상한선 인하에 마음을 두고 있고, 그것이 영남에서의 기득권 유지에 적합함을 실토한 셈이다.
반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달 31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거부하는 것은 지역주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난하면서, 즉각적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 정치에서 무엇보다 절실한 개혁 과제가 망국적 지역주의 정치구도 타파이며 그 방안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강조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승자독식의 불합리한 선거제도는 총선 때마다 1,000만 표 이상의 사표(死票)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의 명분을 보탰다. 일견 그럴 듯하지만, 여론의 질타에 떠밀려 의원 정수 확대를 더는 거론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궁여지책이다. 애초에 중앙선관위 제안대로 지역구 의원을 200명으로 줄인다면 최악의 경우 분당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란 관측을 바탕으로 한, 또 다른 기득권 지키기의 방편일 뿐이다.
이런 논란을 거듭해봐야 헛일이다. 정치현실을 감안하되 최소한의 정치개혁 명분을 담은 방안을 모두 협상테이블에 올려 하나하나 이견을 지워가는 게 낫다. 여야가 의원 정수 동결 여부와 비례대표의 정수ㆍ비율부터 정하고, 그에 맞추어 비례대표 선출 방안, 선거구 인구 상ㆍ하한선 조정 방안을 차례로 논의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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